호주 시드니대 법경제개발원 이용식 원장(42)은 11일 호주 연방정부가 지난 8일자로 2007년 9월 이전 해외에서 독립기술이민을 신청한 2만명에 대해 비자심사를 전격 취소하고 미용, 요리 등 단순기술직을 부족직업군에서 삭제한 것과 관련, "호주 정부가 이민정책에 관한 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저녁 시드니시내 달링하버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국 정부는 이번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피해 유학생 등에 대한 구제 방안을 호주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버클리대 경제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법학부를 잇달아 졸업한 그는 2004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미시간 주립 오클랜드대 등에서 후학을 지도하다 2009년 시드니대 로스쿨 부교수로 자리를 옮겨 강의하면서 전공인 '법과 경제개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법경제개발원을 설립, 원장에 취임했다.
이 원장으로부터 호주 이민법 개정의 영향과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호주 정부의 이민법 개정으로 독립기술이민 신청자들이 비자심사 취소를 당하게 됐다.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면 일정한 결과가 도출돼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비자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심사 자체를 취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호주가 문명국가라면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켜야 마땅하다. 피해 당사자의 이익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호주 정부가 정책적 재량을 갖고 있으니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를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본다.
-- 사설직업학교에서 영주권을 따기 위해 미용, 요리 등 분야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다. 이들이 이번 조치로 당장 영주권 취득난을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이민 규정 시행시기를 6개월이나 1년 정도 연기하면 해당자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호주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의 협조를 원한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생각지도 않은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호주에 대해 신뢰가 생기겠는가. 당장은 어떨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다.
-- 이런 이민정책 변화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동남아 출신 밀입국 난민 유입과 관련한 난민정책 변화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특정 직종으로 영주권을 딴 뒤 그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호주 정부가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감안해 이민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하는 데 진위여부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그래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들은 구제돼야 한다. 영주권 취득자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이민정책 변화를 사전에 고지하는 게 옳다.
올해말 총선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호주인들이 아무래도 보수적 경향이 있으니 이민 억제 정책을 동원하면 호주 국익 보호로 비쳐지는 만큼 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정치적 목적이 있겠지만 정당성 문제에서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 호주 정부는 어떤 이민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나.
▲호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사람들이 안정성을 느끼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모든 일, 특히 절차상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이민정책에 변화를 주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호주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호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생길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로서 호주는 한국과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늘 생각해 봐야 한다. 신뢰회복이 장기적으로 이민정책에 바람직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조치는 어떤 게 있을 것으로 보나.
▲호주 정부는 이민정책과는 별개로 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협조를 바라는 게 많다. 한국 정부로서는 호주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민정책에 관한 한 양국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한국 유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이번 이민법 개정의 경과조치나 개별적인 구제조치를 호주 정부와 협의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드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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