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관리실 문을 열자 20㎡(약 6평) 남짓한 사무실 안에서 굵직한 남자 음성의 통화 내용이 들려왔다.
"여기는 레인보우호, 승봉도 하선 2명, 이작도 입항 예정시각 10시45분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객선 운항관리 경력 26년째인 이철호(54) 씨가 어린이 주먹 크기만한 VHF(초단파) 무전기 마이크를 손에 쥐고 인천 이작도로 운항 중인 여객선 선장으로부터 현재 위치와 운항일정을 보고받는 중이었다.
여객선과 교신을 끝낸 이 씨는 인천 앞바다의 얕고 깊은 정도를 구불구불한 등심선으로 표시한 3개의 모니터 화면으로 눈을 돌려 여객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운항 중인지를 확인했다.
잠시 화장실이라도 다녀올라치면 금세 운항관리실을 찾는 무전기가 울려대 이 씨는 몇 번이나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앉기를 반복했다.
많은 사람이 가족과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내지만 '여객선의 등대'로 불리는 인천항 운항관리실은 이번 설에도 쉴 수가 없다.
오히려 설을 맞아 여객선을 이용하는 귀성객이 대폭 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바쁜 명절을 보내야 한다.
올해로 20년째 운항관리실에서 설을 맞는다는 홍관희(50) 인천항 운항관리실장은 "이제는 적응이 돼서 여객선 이용객을 편안하게 보내드린 다음에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 마음 편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인천항 운항관리실의 하루는 주말과 공휴일에 관계없이 매일 오전 5시30분에 시작된다.
이때부터 30분 안에 인천 앞바다의 풍속, 파고, 가시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오전 8시 출항하는 백령도행 여객선을 비롯한 12개 항로, 15척의 여객선에 대해 출항을 허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운항관리실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이 씨는 "여객선이 출항한 뒤에도 목적지에 잘 도착했는지, 몇명의 손님이 내렸는지, 해상 기상이 변했는지를 수시로 파악해야 하므로 하루종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라고 말했다.
첫 배가 출항하기 전에 시작된 일과는 그날 출항한 모든 배들이 목적지에 입항하고서야 끝나는 것이 운항관리실 직원들의 근무 원칙이다.
마지막 배가 입항하는 오후 6시30분이면 보통 퇴근하지만 기상악화나 기관고장 등으로 여객선 입항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엔 모든 근무자들이 비상대기근무를 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10일 내려진 서해상 풍랑주의보가 이날 새벽 5시 해제되면서 이번 설 연휴에는 인천과 섬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통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운항관리실 측은 예측했다.
홍 실장은 "운항관리실에서 잘못 판단하면 여객선의 발이 묶이고, 무리하게 출항시키면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근무자들의 냉철한 판단은 필수"라며 "가족과 명절을 보낼 수 없어 아쉽지만 안전한 여객수송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라며 손에 든 무전기 마이크를 더욱 힘껏 쥐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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