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선 광역단체장 김진선 강원지사


▲ 김진선 강원도지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도민들이 높이 사준 것 같습니다".

전국 유일의 3선 연임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6.2 지방선거'가 끝나면 퇴임하는 김진선 강원지사는 7일 3선의 비결을 묻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2000년 고성 산불과 함께 태풍 루사, 인제.평창 집중호우 등의 대재난을 겪으면서 재정운영에 큰 부담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적절한 후임자의 자질로서 도정에 대한 진정성과 함께, 먼 장래를 내다볼 수 있는 비전과 소신 있는 추진력,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꼽았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재선도 어려운데 3선 연임에 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도민들의 선택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지 내가 3선을 하려고 해서 됐겠느냐. 평상시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몸을 돌보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일의 선후 매듭을 짓는 것이 내 업무 스타일이다. 도민들이 열심히 하려는 것을 높이 사준 것이 3선 연임의 결과가 아니겠느냐.

--초.재선이 아닌 3선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업은.

▲시간을 두고 긴 기간 지속적으로 해야 되는 사업에 성과를 거두었다. 교통망 확충정책을 추진해 지방도로를 터널과 교량으로 잇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교통망이 좋아지면서 기업유치도 성공하고 지역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복지정책은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지 않지만 도세나 전국의 경제력에 비해서는 지표가 상위권이다. 긴 시간을 두고 투자해 가능해진 것이다. 감소하던 인구도 반전하기 시작했다.

관광수입이 지역총생산에 반영되지 않는 통계구조이다 보니 총생산 규모는 아직 하위권이다. 하지만, 1인당 소득 신장률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3∼4위로 높아지고 있다. 농촌소득도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3선 연임을 마감하면서 아쉬운 점은.

▲2000년 초반에 재해를 크게 입어서 도비 부담이 커졌다. 2000년 고성산불과 2005년 양양산불,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인제.평창 집중호우 등으로 큰 피해가 났다. 동해안 지역에 대형 산불이 났을 때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최근 국제적인 금융위기 이후에는 지방재정이 압박을 받아 지방채가 조금 늘어난 것이 아쉽다.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은 두번 유치에 나섰지만, 아직 이루지 못해 세 번째 도전 중이다. 하늘의 뜻이 세 번째 하라는 것인가 생각한다. 다행히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의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 선전으로 큰 힘을 얻었다.

--재임 중 인사 등과 관련, 정부나 정당, 혹은 지역인사로부터 압력이나 거절할 수 없는 청탁을 받은 일은 없었는지.

▲늘 그런 이야기는 따른다. 그 점에서는 크게 편향되지 않게 일했다. 직업 공무원들의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인사 규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지연.학연이 개재될 여지가 없다. 원리 원칙대로 했다.

--자치단체장의 올바른 상은.

▲도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정치의 요체는 지역과 주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어떤 자질을 갖춘 단체장 후보에게 표를 행사할 계획인가.

▲현재 도지사 후보자로 출마한 사람들이 경력 면에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식과 역량은 어느 정도 다 갖췄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단체장 역할을 잘 수행할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정과 시.군정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덧붙여 먼 장래를 내다볼 수 있는 비전과 소신 있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자치단체장은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판단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후임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단체장 자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단체장은 종합적으로 '소 정부'를 경영하는 책임자이다. 수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본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리이다. 하고자 하는 일은 고뇌 속에서 선택하고 고뇌 속에서 수행해야 한다. 그냥 한번 자리에 앉아 보고 싶다는 자세는 안된다.

--만약 단체장을 지낸 지역이 세종시 지역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 것인가.

▲세종시가 처음부터 행정수도 이전으로 간 것은 잘못됐고, 어중간하게 수도를 나누는 것도 잘못됐다. 혁신.기업도시 이전은 시도할만했지만 행정수도.부처를 분할해 이전하는 접근은 잘못됐다.

그러나 일단 선택한 이상, 도민의 다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충남 이완구 전 지사의 입장과 행동을 이해한다.

--행정안전부가 얼마 전 지방공무원 비리근절 방안의 하나로 인근 자치단체 공무원간 인사교류 카드를 내놓았다. 10년 이상 공무원 조직을 이끌면서 단체장으로서도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정년 때까지 너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물론 안정감을 줘서 직무에 전념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일을 열심히 하든, 능력이 있든 없든, 웬만한 잘못을 해도 자리가 탄탄히 보장되다 보니 철밥통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매년 있는 자원 범위 내에서 인사를 하고 조직을 운영해야 하니까 조직의 역량을 100% 활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 필요하다면 인력의 50% 정도는 계약제로 채용하도록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능력있는 공무원만 재계약해 안정을 기하면서 자기 직무능력을 연마하도록 해야 공직자들이 최선을 다하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