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감경' 기피로 일반범죄 실형선고 증가
`조두순 사건'이 계기…형평성문제 새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 감경'에 엄격한 태도로 돌아서면서 성범죄가 아닌 일반범죄도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재판부가 동종범죄의 경중에 따라 형량 조절에 이용해온 '법률상 감경'이 위축되면서 종전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범죄에도 잇따라 실형이 선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양형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개별 판사에 따라 심신미약 감경을 서로 다르게 적용하는 사례도 있어 양형의 형평성을 둘러싼 새로운 논란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귀가하던 이모(여.25)씨를 흉기로 위협해 목과 턱에 상처를 입히고 주민등록증과 은행 체크카드를 빼앗은 혐의(강도상해 등)로 기소된 조모(34)씨에게 지난주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징역 3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조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전과가 없는데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받지 못해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도 지난 9일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노상에서 박모(여 21)씨의 핸드백을 빼앗으려다 피해자의 저항으로 미수에 그친 혐의(강도상해)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 역시 집행유예가 예상됐으나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이 적용되지 않았다는게 일선 판사들의 반응이다.
형의 감경에는 심신미약과 같은 법률상의 특별규정에 따른 '법률상 감경'과 법관의 재량으로 정상을 참작하는 '작량감경'이 있고 이를 적용하면 각각 형량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는데 강도상해죄는 법정 최저형이 징역 7년이다.

따라서 실형을 선고하기엔 죄질이 가볍다 하더라도 작량감경만으론 징역 3년6월까지만 낮출 수 있어 3년 이하 징역형에만 가능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
이 경우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등을 사유로 한 법률상 감경을 한 차례 더해 형량을 3년 이하로 낮춰 집행유예를 선고해온 것이 지금까지 사법 관행이었는데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지난주 대구지법이 술에 취해 대구 남구 대명1동에서 최모(여 31)씨의 얼굴에 타박상을 입히고 현금 1만3천원과 현금카드가 든 지갑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기소된 정모(40)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것은 형량을 이중으로 감경한 결과였다.

이처럼 `조두순 사건' 이후 심신미약 감경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다수의 판사들이 종전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양형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강도상해죄는 이중 감경으로 형량의 형평을 맞춰왔는데 솔직히 지금은 심신미약 감경은 적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판사가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의 범위를 징역 7년 이하로 넓히는 쪽으로 형법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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