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30주년(26일)을 앞두고 19일 연세대학교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에서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동아시아협력센터가 주최한 이번 회의에서는 진보ㆍ보수 성향의 학자들이 동시에 참여해 `박정희 통치시대'의 공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박정희식 권위주의 통치가 시대의 여건상 필요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시간 내 경제적 발전을 이뤄낸 공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함재봉 박사는 `리더십과 국가발전'이란 발표문을 통해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민 형성의 사례로 한국이 꼽힌다"며 "근대 국민 형성은 성공적이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함 박사는 마키아벨리나 홉스, 푸코 등의 학자가 근대 권력의 억압성을 보편적이고 필연적으로 여겼다는 점을 들어 "박정희는 마키아벨리 등이 말했던 정치적 규칙을 현대 한국의 맥락에서 충실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는 "한국인의 국민성인 자신감, 효율성 등은 박정희의 `할 수 있다' 캠페인에서 나온 산물로, 불과 한 세대 안에 경제기적을 이뤄낸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박정희식 `할 수 있다' 정신은 한국인들이 경제, 교육적 성취 아래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기초를 세울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진보 성향의 교수들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이 산업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에 반기를 들며 국민을 효과적으로 통치하려고 권위주의 방식을 택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민주주의 아래 성공적으로 국가발전을 이룩한 핀란드, 일본 등의 사례를 통해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민주적 산업화는 선택의 문제일 뿐 역사적 필연은 아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정권을 세우려고 한국을 산업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1960~70년대 한국의 기적은 박정희의 현명하고 시의적절한 개발 정책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미국의 지원 등 많은 외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노 연세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장기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통제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교수는 "박정희는 민족주의적 이념 조작과 새마을 운동을 통한 전통적 통제질서의 복원을 시도했다"며 "박정희 정부는 한국인들에게 민족의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해 민족을 재건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믿게끔 하는 식으로 국민을 동원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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