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어젯밤에 나락을 실은 트럭을 줄 세워 놨는데 오늘 오후 늦게나 수매를 하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겠네요."

공공비축용 벼 수매가 한창인 19일 경북 경주 안강읍 산대리 종합미곡처리장 옆 농로와 안강읍내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수매용 벼를 실은 트럭과 트랙터, 경운기로 장사진을 이뤘다.

추곡 수매 행렬은 미곡처리장으로 들어가는 지하도와 농로, 안강읍내 진입도로까지 300여ｍ에 달했다.

농민 김광우(66)씨는 "올해도 벼를 내다 팔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어젯밤 10시께 수확한 벼를 트럭에 싣고 나왔는데 이미 수십 대의 차량이 서 있더라"면서 "오늘 오후 4시께나 돼야 내 차례가 돌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당수 농민들은 추곡 수매를 위해 전날 트럭이나 트랙터를 미리 순서대로 세워둔 뒤 집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일찍 나오고 있다.

다른 농민은 "밤에 벼를 실은 트럭을 미리 세워두려다 혹시나 밤 사이 트럭째 누가 가져가지나 않을까 걱정돼 날이 밝자마자 나왔다"면서 "아침 5시30분께 나와보니 벌써 수매차량 줄이 100ｍ 정도는 되던데 오늘 내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원수(76)씨는 "농사 규모가 작아 경운기 1대 분량의 벼만 갖고 왔는데 이 바쁜 시기에 적은 양의 수매를 위해 꼬박 이틀을 매달려야 한다"면서 "농민들을 위해서 수매를 하는 미곡처리장이나 벼 건조저장시설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주에서는 안강의 종합미곡처리장과 각 지역의 5개 벼 건조저장시설에서 올해 모두 40㎏ 들이 60만 포대를 사들일 예정이다.

삼덕벼는 지난 12~18일까지 수매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미처 수확하지 못한 농민을 위해 수매기간을 연장했으며 동진벼는 19~28일, 일품벼는 29~11월3일까지 수매한다.

또 다른 농민은 "삼덕벼를 재배했는데 남의 기계를 빌려 수확하다 보니 수매기간을 넘겼는데 마침 삼덕벼 수매기간을 연장한다고 해 시름을 덜었다"고 안도했다.

이처럼 농민들이 추곡 수매를 위해 한꺼번에 몰리면서 미곡처리장도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가동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안강 미곡처리장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0t, 지금까지 1천500t을 수매했다"면서 "안강지역에 논이 많아 수매 때마다 장사진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경주시지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농가에서 벼를 직접 건조시킨 뒤 수매를 했는데 미곡처리장과 벼 건조저장시설이 건립되면서 벼의 수분 함량을 체크해 건조시켰을 경우 순수한 벼의 양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에 따라 농민들이 수확 후 곧바로 벼를 가져오면서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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