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6·25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조사과정에서 수백여명을 살려낸 경찰서장의 활약상이 알려져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구례 국민보도연맹 사건 조사결과 수십명이 희생된 사실이 드러나 이 가운데 7명의 신원이 확인했다.

1급 좌익분자에 해당하는 이른바 `갑종'에 해당된 30여명은 1950년 7월 14일 담양군 대덕면 한 골짜기에서 구례경찰서 소속 경찰에 의해 집단 사살됐고 또 다른 보도연맹원은 열흘 뒤 구례군 토지면 섬진강변 모래사장에서 집단 사살된 것으로 진실화해위는 결론 내렸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안종삼(1903~1977) 당시 구례경찰서장의 활약상이었다.

진실화해위와 면담한 경찰 참고인 중 대부분은 처형보다는 안 서장에 의해 보도연맹원들이 석방된 사실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참고인들은 "안 서장이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구례경찰서에 구금된 보도연맹원을 석방해줬다. 이 인연으로 안 서장은 구례지역 2대 도의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사실은 지역 신문인 전남일보가 1975년 발행한 `광복 30년사'에도 소개돼 진실화해위는 안 서장의 활약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다.

이 발간물에는 "경찰이 파악한 불순분자는 군내에 5천여명, 이 가운데 뚜렷하게 좌익으로 인정된 수는 800여명이었고 경중에 따라 걸러낸 극렬분자가 480명이었다"고 기록됐다.

발간물에는 또 "여러분을 모두 방면한다. 내가 반역으로 몰려 죽을지 모르지만, 혹시 죽으면 내 혼이 각자의 가슴에 들어가 지킬 것이니 새 사람이 돼 달라"는 안 서장의 비장한 연설도 실렸다.

진실화해위 조사관은 "관련 기록과 참고인 진술이 일치해 안 서장의 역할을 사실로 결론냈다"며 "구례 지역에서는 안 서장의 활약상이 잘 알려져 희생된 민간인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사실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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