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세계적인 축구 묘기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강성민(47)씨가 태국의 `축구 전도사'로 변신해 한국을 찾았다.
강성민씨는 태국의 12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방한해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던 2010 수원컵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지휘했다. 같은 달 30일 2022 월드컵 유치위원회를 방문해 한승주 위원장에게 야자수 축구공을 전달했고 최근 학교 등을 돌며 경험담을 전파하고 있다.
강씨는 최근 국내에 개봉돼 절찬리에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 2: 모겐족의 월드컵'의 실제 주인공이다.
그는 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의 라오섬 바다 집시족인 모겐족 선수들이 축구 기본기를 배워 정식 대회까지 참가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조련하면서도 진한 인간미를 보여준다.
한국이 종주국이 다름없는 프리스타일 축구의 개척자인 그는 태국에서는 존경받은 외국인 축구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애초 선수의 꿈을 품었던 축구 기대주였다.
한국전쟁 전에 북한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할아버지(강용성.작고)의 피를 물려받은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차기에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용산중학교를 거쳐 축구 명문 영등포공고에 입학했지만 선수로 뽑히지 못했다.
그는 선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혼자 리프팅과 헤딩을 연습하며 개인기를 익혔고 1980년 2월에는 MBC TV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묘기 대행진에 출연해 장시간 공을 머리 위에 올려놓은 장기를 보여줬다.
개인기를 연마한 그는 1983년 대통령배 대회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개인기 시범을 보이며 `예술축구' 스타로 인기를 누렸다. 말레이시아 던힐팀과 3개월 계약하기도 했던 그는 아시아를 벗어나 진정한 세계 묘기 챔피언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에서 2년간 보냈다. 이 기간 프랑스 명문 클럽인 생제르맹에서 시범을 보였다.
프랑스 축구팬들은 5분여 100여 축구 기술을 현란하게 보여주는 한 동양인에 매료됐고 그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교회에 다니면서 신앙심이 깊어진 그는 1993년 이랜드팀 시범단으로 태국을 찾았다가 새로운 축구 인생이 시작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을 차는 태국 어린이들을 보고 축구를 통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1995년 12월 태국으로 건너간 그는 매년 4월 태국에 축구 캠프를 열었고 임마누엘 축구팀을 창단해 모겐족팀까지 꼭 100개를 만들었다. 태국에 85개, 라오스에 4개, 베트남에 7개 축구팀이 흩어져 있고 이 팀에서 활동하는 선수만 해도 남자 3천350여명, 여자 150여명에 이른다. 이 축구팀에서 배운 선수 중 태국 국가대표가 두 명이나 배출됐고 청소년 대표는 수두룩하다.
100번째 창단한 모겐족팀과 인연은 특별하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떠돌아다니던 모겐족은 2004년 12월 지진해일(쓰나미)에 큰 피해를 보면서 국제사회에 알려졌고 실의에 빠졌던 그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축구는 새로운 희망이 됐다.
강성민씨는 헝겊을 말아 공을 찰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모겐족 어린이들을 모아 팀을 꾸렸고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지난해에는 공식 대회에 출전했다. 맨발의 모겐족 선수들은 첫 경기에서 정식으로 훈련을 받아왔던 수랏타니팀을 3-2로 꺾는 `그라운드 반란'을 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운동장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과 가난 탓에 마음껏 공을 차지 못하던 모겐족 아이들이 이뤄낸 기적 같은 드라마였다.
그는 "공을 차면서 그렇게 행복해하는 아이들은 처음이었다. 모겐족은 여러 나라를 떠돌던 신세여서 국적과 생년월일이 없지만 축구를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방콕에서 차량으로 200㎞ 거리의 코랏도에 마련한 500만평의 땅에 축구센터를 세워 많은 아이가 모여 체계적인 지도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난민인 카렌족을 위해 팀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2020년까지 총 200개 팀을 창단해 태국 축구를 이끌 많은 리더와 선수를 키워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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