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어서 '성매매' 해요

(서울=에버뉴스) 12년 알파’의 고된 시간을 견뎌온 대한민국 학생들의 ‘입시 전쟁’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지난 12일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수많은 욕구를 억압하며 오랜 시간 학업에 매달려 왔던 학생들.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방감’의 짜릿한 쾌감은 분명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선 대한민국의 학생들. 하지만 그들은 긴 인생 여정의 첫 고비를 이제 갓 넘겼을 뿐이다. 자칫 ‘해방감’에 들떠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면 자주적 인생의 첫 발걸음이 휘청 거릴 수 있다. 더욱이 휘청거린 첫 발걸음은 인생 자체를 무너지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수능 끝’, 그 달콤한 일탈의 유혹

수능이 끝나자 민ㆍ관 기업과 경찰들이 합심해 대대적인 유흥가 단속을 벌였다. 서울시의 경우, 청소년 출입을 허용하거나 주류제공 등으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전적이 있는 391개 업소를 집중 점검 했다.

하지만 이번 수능 응시인원 67만 명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등학생들의 탈선을 단속하기엔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신분증만으로 단속을 한다는 것은 많은 허점이 내포됨을 의미한다.

수능이 끝난후 지난 금요일, 기자가 찾아간 수유리의 밤거리는 말 그대로 앳된 얼굴의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다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기자는 거리에서 그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다 유독 어려보이는 남ㆍ녀 두쌍의 무리를 발견, 그들의 뒤를 쫓아 수유리의 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수유리 외곽의 ‘A’ 술집. 경찰 단속을 의식해서인지 그들은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서성거렸다. 서로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를 주고 받던 그들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4명이 함께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노심초사와는 정반대로 ‘A' 술집은 그들에게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리에 앉아 주문을 받을 때도 신분증 확인은 전혀 하지 않았다.

버젓이 담배를 꺼내 서로에게 불을 붙여주며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들. “수능도 끝나서 학교 가봤자 할 일도 없다”는 대화를 주고 받는 그들은 분명 ‘고등학생’이었다. 한바탕 스릴 있는 게임을 마친 듯한 그들의 표정은 즐거움에 상기돼있었다. 경찰 인력의 부재와 술집 업주들의 그릇된 상업문화에 그들의 ‘해방감’은 기형적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 ‘불법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노린다

수능이 끝나 ‘고삐 풀린’ 학생들. 그들은 매일 밤 거리로 쏟아져 나와 유흥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그들 부모의 지갑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유흥비는 당연히 그들의 노동으로 지불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민국 ‘불법 유흥업소’들은 유흥비에 목말라 있는 학생들에게 고액의 아르바이트비를 미끼로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었다.

지난 15일 기자는 수소문 끝에 수원 ‘A 키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신모(18) 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수능이 끝나서 좀 놀려고 하는데 돈이 충분치가 않더라구요”라며 “돈 많이 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틀 일해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벌 것 같은데요”라고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신 양은 “학교에 가도 마땅히 할 일도 없어 지금은 아예 학교에 안가요”라며 “친구들한테는 일단 비밀로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이쪽에서 일해보라고 권유 할 것”이라고 당당한 모습까지 내비쳤다.

해맑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신 양.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이에 기자가 “‘불법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모르고 일했냐”고 묻자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죠. 그런데 친구들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모습 보면 얼마나 불쌍한데요. 시간 당 4000원씩 받고 하루 종일 서있고 청소하고. 그런 모습 보면 너무 답답해요”라며 “수능도 끝났는데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돈 벌어요. 이런 일(키스방) 몇 달해서 돈 바짝 벌고 발 빼면 돼죠”라고 속 편하게 답했다.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몇 개월만 일하고 목돈을 만든 뒤 발을 빼겠다는 신 양. 그녀는 유흥업계에 우연히 발을 들여놨다가 끝내 발이 묶여 떠나지 못하는 여인들의 첫 단계 절차를 고스란히 밟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같은 철없는 착각이 비단 신 양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틈새’의 늪에 빠져버린 그녀들

지난 17일에 만난 김모(18) 양은 회당 10~15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며 자신의 유흥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의 쪽지를 통해 남성들과 접촉한다는 김 양. 실제로 기자와의 만남도 이틀 전 그녀가 기자에게 보낸 쪽지로 인해 우연히 성사됐다. 이에 김 양이 보낸 쪽지에 답장을 보낸 남성들을 직접 확인해 봤다. 놀랍게도 그녀의 쪽지에 곧장 만나자고 답한 남자들은 모두 6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상 그녀가 보낸 쪽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브로커와 연계해 이동식 성매매를 하고 있었던 것. 그녀는 기자에게 조심스레 “수입은 7:3으로 나눠요”라며 “프리랜서 같은 시스템이라 하고 싶을 때만 할 수 있어 하게 됐어요”라고 조심스레 속내를 드러냈다.

그녀는 “놀고는 싶은데 돈은 없고, 그래도 힘들게 일하기는 싫었어요”라며 “남자들 기분만 잘 맞춰주면 팁도 두둑히 챙길 수 있어 대학 등록금도 충분히 보탤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하고 놀길래 그리 큰 돈이 필요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양은 “아저씨(기자)는 남자라서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이 돈 쓸 데가 얼마나 많은데요”라며 “어차피 대학 들어가면 이런 것(성매매) 안 할거니까…”라며 말 끝을 흐렸다.

‘해방감’에 도취되어 자신들이 어떤 곳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신 양과 김 양.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거대한 날개짓으로 변해 그녀들의 인생을 바꿔놓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에 ‘불법’을 자행하는 이들은 ‘틈새’ 공략이 능숙하며 그녀들은 그들에게 ‘틈새’가 됐다는 것이다.

▲ 누가 감히 그들을 욕하는가

대한민국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쳐주고 있다. “대학만 가면 너희 하고 싶은 것 다 해도 되고 실컷 놀 수 있으니 지금은 공부만 해라”. 12년간의 세뇌교육에 학생들은 저마다의 욕구를 참아가며 오로지 ‘해방’만을 위해 공부를 한다. 수능이 끝난 학생들이 ‘해방감’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

인생은 길다. 수능의 끝이 고행의 끝은 아니고 대학 입학이 꿀 맛 같은 삶을 절대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인생의 끝없이 펼쳐진 여정에 수능시험은 작은 돌맹이 하나 넘은 것에 불과하다.

인식의 개선. 앞으로도 계속 펼쳐질 수능 후 청소년 탈선 문제.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수능을 인생의 전부라 여기는 ‘대한민국’ 인식의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