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골'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아 가뭄이 들어본 적이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물론 총경 3명을 비롯해 유난히도 공직에 진출한 인재가 많은 마을이기도 하다.
요즘 이 마을은 또 다른 자랑거리로 화제다. 어느 지역에서도 넘볼 수 없는 전국 최장수 이장 기록이 그것이다.
주인공은 40년째 이장직을 맡아 봉사하는 한상계(71)씨.
한씨가 이장으로 선출된 것은 지난 1970년. 서른을 갓 넘어 시작한 이장일이 강산이 네 번 바뀌어 올해로 40년째가 됐다.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해남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최장수 이장 기록으로 추정되고 있다.
40년을 한결같이 마을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이장직을 수행하는 데는 한씨 특유의 성실함이 바탕이 됐다.
한 이장의 일과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오전 9시까지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10시면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면사무소와 농협에 들러 마을 주민들이 부탁한 일들을 처리해 준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대신해 서류도 대행하고, 심지어 은행에서 돈 찾는 일까지 이장의 몫이다.
예전에 비하면 자질구레한 일들은 많이 줄었지만, 해남군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을 조사해야 하는 등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한씨는 40년 이장 생활 동안 가장 기억 남는 일로 1990년대 초 삼산면 계동에서 옥천면 백호마을까지의 도로확장 공사를 꼽았다.
군에서 확장공사는 해줄 수 있지만, 대신 부지는 주민들이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에 한 이장이 발벗고 나선 것.
"당시 상가리와 중리, 옥천 가성, 용심마을은 도로가 너무 좁아 버스조차 다니지 못하는 오지마을이었다. 도로 양쪽으로 땅주인이던 주민이 150명 정도 됐는데 일일이 기부채납동의서를 받으러 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해냈나 싶은 일입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때의 일로 숙원이던 군내버스가 마을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고령이 대부분인 주민의 외부 출입도 한결 쉬워졌다.
요즘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토바이에 주민 민원을 싣고 달리는 한상계 이장, 그가 있어 오늘도 상가리 주민들은 든든하다. (해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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