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의 한 조경업체가 백로 집단 서식지임을 알면서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조경수를 벌목해 백로 수십마리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수백마리의 어린 새들이 둥지를 잃은 채 날아가지 못하고 주변에 머무는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됐다.

13일 고양시와 고양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H건설은 지난 12일부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 1만5천여㎡에 심은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등 조경수를 중장비를 동원해 벌목했다.

그러나 이곳은 중대백로와 중백로, 쇠백로, 황로 등 4종의 백로와 왜가리 등 모두 700여마리의 새가 서식하던 곳으로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벌목이 이뤄졌다.

H건설 공사 관계자는 "불필요한 조경수를 벌목하라는 상부의 지시로 백로가 많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나무를 잘라냈다"고 말했다.

고양환경운동연합 박평수(50) 집행위원장은 "13일 낮 12시30분께 주민 제보로 현장에 와보니 많은 백로가 벌목된 나무에 다치거나 깔려 죽었고 대부분 어린 새라 멀리 가지 못하고 벌목한 나뭇가지에 앉아 있어 고양시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시(市)는 벌목 공사를 중단하도록 하고 다친 백로 49마리를 야생동물보호협회에 의뢰해 구조하도록 했다. 또 나머지 700여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송이섭 환경보호과장은 "조경수는 산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신고 사항은 없으며 백로의 경우 야생동물보호법상 보호종이 아니어서 현재로는 업체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라며 "일단 서식지를 잃어버린 백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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