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얼마 주면 되지요? 저녁 8시에 ○○동 ○○빌딩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다소 수줍은 듯한 앳된 얼굴의 윤완근(25)씨는 올해 초 직장을 구한 직후부터 10개월 내내 원조교제가 이뤄질 만한 인터넷 사이트만 찾아다니고 있다.

원조교제 채팅방이 잠시 만들어졌다가 '거래 성사' 뒤에는 바로 폐쇄되기 때문에 무조건 자신과의 만남을 성사시켜야 하는 윤씨로서는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형편이다.

윤씨가 하는 일은 원조교제 여학생들과 채팅을 한 뒤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들을 입건하고 대화를 통해 성매수 남성들을 적발하는 일.

올해 1월 충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행정인턴으로 취업한 그는 10개월간 원조교제 여성 9명과 성매수남 11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행정인턴으로 일하기 전까지 원조교제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그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원조교제를 하겠다고 나서는 여성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여학생이었고 남성들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원조교제에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하던 그는 "입건된 여학생들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여학생들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교육을 받고 풀려나며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성매수 남성들은 회수가 많으면 징역형, 적으면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조사를 받다가 뒤늦게 죄의식을 느끼며 부끄러워하는 여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원조교제가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으로 여학생들을 유혹하는 성매수 남성들의 죗값이 고작 벌금에 그치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 12월 말로 계약기간이 끝난다는 윤씨는 내년에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2007년 2월 도내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그는 "지금은 폐지되기는 했으나 167㎝ 이상이라는 키 제한에 걸려 시험도 못 봤다"고 털어놨다.

기준보다 약간 키가 작은 그는 "키 제한이 없어진 만큼 다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내년 후반기를 노려보겠다"면서 "꼭 시험에 합격해 함께 일했던 분들과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