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 주최로 26일부터 3박4일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는 '2010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이씨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외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은 월드컵 같은 이벤트가 있으면 뭉치지만 일상에서 서로 돕는 시스템은 부족한 것 같다"며 이 같은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호주에 사는 중국인들은 현지에서 태어나더라도 중국말을 잘하며 정체성을 지켜가지만, 한국인 2세들은 한국말도 못하고 한국 이름이 아닌 영문 이름만 있는 등 한국에 대한 주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번 한인 차세대 대회에서 얻고 싶은 것에 대해 "어떻게 하면 외국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그 나라 문화와 융화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를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 1994년 호주로 넘어가 NSW 대학에서 법학 학사, 인권ㆍ국제법 석사를 취득했으며, 형사사건과 세입자 서비스 관련 변호사 일을 하다 2008년부터 호주 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이씨와의 문답.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때 '커뮤니티 서비스 위크' 때 피난민 수용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수녀와 제 나이 또래의 캄보디아 보트피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선 마음이 움직여 그 수녀와 함께 3년 동안 수용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때의 경험 때문에 법대를 지망했고, 인권법을 공부하고 싶었다.
--인권분야에서 관심 있는 부분은.
지금 인권위의 인종차별과 장애차별팀에 있다. 이 부분에 관심이 있다. 제가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다. 백인 보는 것과 아시아인이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 가령 테러리즘 문제로 공항에서 보안검색을 강화하다 보니 중동계 사람들이 자주 걸린다. 이런 쪽 민원이 인권위로 자주 들어오는데, 백인들은 이런 민원을 잘 이해 못한다. 하지만 출장 갈 때마다 자주 검색당해 본 경험이 있는 저는 이런 민원을 제기하는 분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호주에 살면서 인종차별을 당한 적은 없는지.
▲호주에선 에스컬레이터에 왼쪽은 서서 가는 사람, 오른쪽은 빨리 가는 사람이 이용한다. 호주에 온 첫날 이런 관습을 모른 제가 오른쪽에 있었는데, 현지 할머니가 뒤에서 욕을 해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한 적이 있는데, 상점 주인도 아닌 일반 손님인 할머니 한 분이 어머니에게 나가라고 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 세대는 '네가 참아라. 참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씀하시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불의를 당하면 그게 잘못됐다고 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1~2년 영어를 배워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게 됐을 때 외국 아이들에게 차별대우하는 이들이 있으면 지적해주곤 했다.
--한인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사람들은 바쁘게 일하고 있어 그런 측면이 있겠지만, 중국 이민자들과 비교했을 때 뭉치거나 서로 도와주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월드컵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 붉은 티셔츠 입고 잘 뭉치지만 일상에서 뭉치는 것이 별로 없다.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은 로펌 쪽으로 가는데, 젊은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마인드를 가져 자기 중심적인 일만 하지 말고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한국인들이 주체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중국인들의 호주 이민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됐는데, 이들은 호주에서 태어나더라도 중국말을 잘한다. 반면 이곳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은 한국말을 못하고, 한국 이름 대신 영문 이름을 쓰며, 한국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본인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나.
▲인권위가 정부기관이고, 정부기관에서 일하려면 호주 시민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일하기 몇 달 전에 시민권을 취득했다. 한국 이름을 계속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국 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다. 한국은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좋지 못한 것 같다. 공식적으로 장애인이 200만 명이라고 하는데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수가 없다.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시설이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호주에선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인권위에서도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람이나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이 일하고 있다.
--이번 차세대 한인 대회에서 얻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외국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그 나라 문화와 융화하면서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지에 관해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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