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와(빨리 와)' '까끄막(비탈)' '둠벙(웅덩이)'
전남 고흥군청 공무원들이 6개월간 발품을 팔아 정겨운 지역의 아름다운 말을 한 권의 책에 모았다.

화제의 책은 이른바 고흥말 모음집인 '사람사는 향기가 묻어있는 고흥말들'(하나로기획 刊)
지역민의 평생교육과 학교 지원 업무 등을 맡고 있는 평생학습사업소 박형정 소장과 직원들이 만든 이 책에는 고흥 주민들이 아직도 정겹게 사용하고 있는 사투리 등 6천400여 낱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 과장은 23일 "읍내를 걷다가 우연히 본 선술집의 간판 '핑와'에서 프랑스 말인가, 독일 말인가를 먼저 떠올렸던 것이 안타까워 지역의 말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국어학자나 향토문학가 등 전문가의 도움 없이 오로지 발품을 팔아 정리한 글이기에 애정이 더하다.

군 내부 통신망에 사투리 모음 사실을 알리고 800여 공직자의 도움을 받았다. 평생사업소 직원들을 각 마을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사투리를 모아 오기에 바빴다.

고흥지역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8%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지역의 말을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절박함도 더해졌다.

그러나 국어학 전공자 하나 없는 비전문가가 정리하다 보니 음운 등 문법적인 변화, 변동, 어의별 구조 등을 검증하고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적지 않다.

공구리(콘크리트), 나지오(라디오) 등 일본식 발음이 들어간 외국어 등도 적지 않지만 어르신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정감 어린 말로 가득찼다.

한반도 최남단인 고흥지역은 전라도에서도 사투리 어감이 강하게 남아있는 대표적 지역 중 한곳이다.

박 과장은 "고흥의 말을 고찰하고 연구하는 기초 자료와 함께 우리말을 찾고 연구하는데 계기와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필요한 학술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필요로 하면 보내줄 계획이다"고 말했다.(고흥=연합뉴스)

취재팀  evernews@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