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 러시아, 프랑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의제로 3일째 협상을 벌였다.
이란과 서방은 지난 1일 제네바회담에서 이란 핵 시설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그 대가로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제3국에서 가공 처리한다는 큰 틀에 합의한 상황.
그러나 최종 합의를 위한 2차 협상이 지난 19일 시작되자 이참에 이란의 핵 투명성 장치를 확고하게 하려는 서방과 이에 맞서 자국의 핵 주권을 수호하려는 이란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우선 서방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을 제3국에서 가공 처리하는 길을 터 준 만큼 이란이 서방의 우려를 잠식할만한 수준의 투명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 콤 지역 인근에 건설 중인 제2의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이 오는 25일 예정돼 있지만 1회성 사찰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투명성 제고를 위한 더욱 확실한 장치를 이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방은 제네바회담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 카드를 잠시 접은데다 오히려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다른 나라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충분히 양보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란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투명성 강화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현재 확보한 농축 우라늄은 1천500kg에 이르지만 3.5% 농도로 실용성이 없다.
이 때문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보내 농도 20%의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프랑스로 옮겨 의료용 원자로 가동을 위한 연료봉으로 제작, 이란에 돌려주는 방식이 제네바 회담 때 논의된 내용이다.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며 우라늄 농축활동을 아예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던 서방으로서는 일보 후퇴한 방침이지만 이란 농축 우라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란은 그러나 이번 협상결과에 상관 없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것이며 협상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는 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3.5%에서 20%로 농축시키는 작업을 이란 내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마누체루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테헤란에서 "우라늄 농축은 이란의 명백하고도 법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중단할 의사가 없다"며 "이번 회담은 평화적인 핵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이란의 권리를 서구 열강이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자국의 농축 우라늄으로 연료봉을 제조할 나라로 프랑스가 거론되고 있는 점에도 불만을 표하고 지난 20일 협상에서 한때 프랑스 대표단과 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프랑스 국영 원전회사 아레바의 계열사 유로디프 원자력 발전소의 지분 10％를 보유한 이란은 이 발전소의 농축 우라늄을 자국에 넘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를 비난해 왔다.
이처럼 이란과 서방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협상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논의에 진전이 있으며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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