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판결보다 공정한 재판 되도록 노력할 것"
"2년반~3년이 지난 다음에야 판결할 수 있을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카라지치도 무죄로 추정됩니다. 신속한 판결보다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보스니아 내전(1992~95년) 당시 크로아티아계, 이슬람계 등 비(非) 세르비아계 주민을 집단 학살한 혐의를 받는 전범 용의자 라도반 카라지치에 대한 재판이 26일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시작된다.
카라지치 재판은 20세기 후반 최악의 반(反) 인륜 범죄로 불리는 보스니아 내전의 최고위급 전범에 대한 재판이라는 점 이외에 권오곤 ICTY 부소장이 재판장으로서 카라지치에 대한 법의 심판을 이끌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카라지치 재판을 앞둔 권 재판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처럼 중요한 사건의 재판장을 맡게 돼 영광스럽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ICTY 재판관에 선출된 권 재판장은 카라지치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재판장석을 지키게 된다.
다음은 권 재판장과의 일문일답.
-- 전 세계의 이목이 ICTY에 쏠려 있다. 재판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고 이처럼 중요한 사건의 재판장을 맡게 돼 영광스럽기도 하며 큰 책임감을 느낀다.
-- 카라지치가 검거된 이후 지금까지 준비절차(pre-trial)가 진행됐다. 준비절차는 어떤 성격인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준비절차는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피고인이 자신에게 부과된 혐의가 무엇인지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 기간에 피고인은 기소장, 검찰 측 증인명단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단 재판이 시작되면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 결국 재판의 효율성과 피고인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준비절차가 주어지는 것이다.
-- 카라지치가 미국 고위 당국자와의 밀약설을 제기하며 면책론을 주장하는 등 재판을 지연시켰는데.
▲준비절차 과정에서 피고인으로서 주어진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준비절차 과정에서 그의 주장을 항소재판부가 기각함으로써 마침내 26일 재판이 개시되는 것이다.
--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와 마찬가지로 카라지치도 변호인 없이 스스로 변호하겠다고 하는데.
▲변호사 없이 스스로 변호할 때는 통상적으로 법적으로 유무죄 공방을 펴기 보다는 재판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광고하는데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밀로셰비치도 그러한 경우였던데 비해 카라지치는 법적 논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 카라지치 재판이 언제쯤 마무리되겠는가.
▲우선 검찰이 증인신문 등을 통해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고 나면 그 이후에 피고인이 반론을 펴게 된다. 검찰이 제출한 증인명단 등 계획을 보면 검찰의 혐의 입증에 약 1년, 그 이후 피고인인 카라지치의 반론에 1년반~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재판이 개시되고 2년반~3년이 지나야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전범 재판은 대중이 이미 "유죄"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재판부가 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30년 동안 판사생활을 해왔다. 전범 재판도 예외 없이 형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 카라지치도 예외가 아니다.
카라지치 재판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기는 하지만, 신속한 판결보다는 얼마나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느냐는 평가가 중요하므로 재판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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