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지적된 불법 폭력시위가 상당히 줄어 지난 1년간 처벌된 불법시위가 단 한 건에 불과하다"며 "이는 국민이 법질서 확립에 적극 동참하고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동 성폭행 등 강력 범죄가 줄어들고 있지 않는 것을 안타까운 점으로 꼽으며 앞으로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사회방위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보호감호제를 연내 시범 시행하겠다"며 "2005년 보호감호제가 폐지되기 전 이미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사람들에게 우선 적용해 성과가 있으면 형법 개정안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임 1주년 소감은.
▲취임할 때 법질서 확립을 통해서 국민이 편안하게 사는 선진법치국가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졌는데 돌아보면 법질서가 상당히 정착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불법 폭력시위, 불법파업 등은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다 할 정도로 심각했는데 취임 1년 동안 사법처리된 폭력시위가 단 1건밖에 없을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법집행을 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하는 등 적극 대응한 측면이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법질서 확립에 동참하고 이제 이러면 안 되겠다는 높은 의식들이 형성돼 이를 뒷받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국민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성폭행 등 강력 범죄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성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및 연장과 전자발찌제 확대,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치료 등을 위한 법을 마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범죄가 줄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 부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정 교화를 강화하고 차후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도록 지원하는 등 재범을 억제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둘 계획이다. 현재 범죄자가 3년 내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는 비율, 즉 재범률은 22%로, 35~4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 10%대로 낮춰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보호감호제의 재도입이 추진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데.
▲2005년 폐지되기 전의 보호감호제는 제도를 징역형과 똑같은 방식으로 집행해 이중처벌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다시 도입될 보호감호제는 특정 강력 범죄자의 경우 사회에 나오면 흉기처럼 위험하니 일정한 시설 안에 가둬둔다는 측면이 강하다. 대신 시설 내에서는 징역과 달리 좀 더 자유를 준다는 것이다. 현재 제도 도입 추진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2005년 이전에 보호감호 처분을 받아 집행 중인 103명(1일 기준)과 보호감호에 앞서 현재 징역을 살고 있는 178명에게 우선 새 제도를 적용해보고 성과가 있으면 형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
--우리 사회가 가해자 인권만 강조한 채 범죄 피해자 인권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10년간(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가해자 인권 보호에만 치중해 피해자 인권이 소홀히 된 측면이 있다. 이에 지난 1년간 피해자 구조금을 확대하고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범죄 피해자의 복지를 위해 그러한 시설들을 늘리는 한편 피해자들도 사회적 기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을 세우겠다.
인터뷰하는 이귀남 장관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인턴기자 = 취임 1주년을 맞아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0.10.3 sjoonhee@yna.co.kr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30개국의 원수들과 수행원들이 서울에 오게 돼 이분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사의 안전한 진행을 위해 국제테러분자나 원정 과격시위 전력자에 대한 입국을 막아야 할 것으로 본다. 지난달 1일부터 전국 각 공항과 항만에 외국인 지문과 얼굴정보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60명이 위명 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저지당했다. 국정원과 경찰과도 협의해 이들 위험 외국인의 정보를 받아 입국을 막는데 치중할 것이다. 아울러 행사장 주변에서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공정사회'와 관련해 법무행정 부분의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균등을 주자는게 공정사회다. 누구는 좋은 운동화를 신고 뛰는데 어떤 사람은 맨발로 뛰면 공정한 경쟁이 안되지 않나. 그래서 기부문화와 나눔, 상생 등의 가치가 논의된다. 법무분야에서는 결국 수사를 하고 형을 집행하는 것들이 중점을 이루는데 그 가운데 수사기관의 재량권을 축소해 나가는 쪽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유전무죄니 무전유죄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게 구형이나 구속 기준을 촘촘히 만들고 형법상 작량감경의 사유를 세분화해 제한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양형기준법을 만들어 양형 기준을 세부화할 필요도 있다.
--검찰에서 대대적인 사정수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는데.
▲과거처럼 기획사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집중 단속하는 게 권력형 비리와 지역토착 비리, 교육 비리 등 세 부분인데 그렇다고 해서 어느 시기에 집중적으로 특정 분야를 수사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지속적으로 첩보수집 활동을 벌여 비리가 적발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면 된다.
--검찰의 자체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다시 나오는데.
▲스폰서 파문과 같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데 대해서는 국민들께 죄송하다. 대검과 법무부에서 검찰 개혁안을 준비해서 발표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방안들을 꾸준히 발굴해 시행해 나가겠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민간은 경쟁이 필요하지만 정부 부처가 경쟁하게 되면 오히려 국민에게 손해를 줄 수 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면 결국 무리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추진하는 영장항고제를 법원은 반대하고 있다.
▲현재 사법개혁특위에서 영장항고제를 논의하고 있고 관련 법안도 제출했다. 법무부의 기본입장은 영장항고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영장 발부 기준은 법원마다 일률적이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하는 기준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영장항고제를 도입해 대법원까지 가면 영장 발부 기준이 정립될 것이다. 어차피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항고를 하더라도 법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법원의 권한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에서 이를 반대하는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영장 발부 기준이 정립되면 전관예우가 없어질 것이고 사법불신도 줄어들 것이다.
--양형기준법 제정과 플리바게닝 등에 대한 입장은.
▲지난 정부에서 우리 형사사법을 개정하면서 영미식 제도를 도입했는데 따져보면 피의자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근데 영미법에는 이를 보완하는 제도들이 있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보완제도가 있는데 우리는 피의자 인권을 강조하는 제도만 도입했다는 거다. 이건 맞지 않다. 예전에는 긴급체포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영장에 의한 체포만 가능하고 또 법원에서도 검찰 진술을 믿지 않는 상황이 됐다. 그런 차원에서 양형기준법이나 플리바게닝, 참고인 구인제 등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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