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연대 법대에서 전례가 없던 외국인 우등 학부생으로 꼽힌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라 우리말은 고등학교 1학년 때에야 처음 배웠다. 그래도 국내 학생도 어려워하는 법학 전공을 택해 헌법과 상법 등 주요 과목에서 최상위 성적을 휩쓸었다.
헌법 1ㆍ2 과목 모두에서 그녀에게 A+ 학점을 준 이종수 교수는 "외국인이라고 전혀 봐주지 않았지만 답안지를 보니 최고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었다"고 감탄했다.
라이양은 6일 "한국에 늘 동경심을 느꼈다. 내년 2월 졸업을 하면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 등의 길을 통해 외국인으로서 첫 한국법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사법시험 응시와 로스쿨 입학에는 한국 국적이 필요 없지만 교포가 아닌 순수 외국인이 이 방식으로 법조계에 진출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한국 사랑을 키워준 사람은 한류 연예인이 아닌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전 총리.
어린 시절 모하마드 당시 총리가 "선진국 진입을 위해 한국을 배우자"고 말한 것에 자극받아 고교 입학 뒤 무작정 쿠알라룸푸르 한인촌의 한국어 학원을 찾았다.
중국 표준어와 광둥어, 영어 등을 썼던 그녀이지만 신기하게도 낯선 한국어를 금세 배웠다. 고교 졸업 뒤 한국에 홀로 건너와 반년 동안 대학 어학당 과정을 수료하고 연세대에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다.
애초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민법 총칙 수업에서 A 학점을 받으며 법학에 흥미를 붙여 이중전공을 신청했다.
한자는 익숙했지만 청약(請約ㆍ계약을 체결한다는 확정적 의사표시) 등 대부분의 법률 용어가 중국어와 뜻이 달라 우리말로 다시 외었다. 한국 학생들보다 떨어지는 독해력은 밤새 책을 여러 번 읽으며 따라잡았다.
"부모님은 영어권인 호주로 유학 가라고 했지만 한국행을 후회하지 않아요. 한국 사람들의 결속력과 정(情)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인종에 따라 말레이어, 중국어, 영어 등 다른 언어를 써야 하는 고국과 달리 같은 말과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죠"
한국에 애착이 큰 만큼 아쉬움도 있다. 대학 안에서는 장학금과 교환학생 기회 등에서 한국 학생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만, 교문만 벗어나면 국적 때문에 차별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그녀는 국외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한국 국적자만 뽑는 사례를 들며 "국내 대학의 합법적인 학생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권 측면에서 옳지 않고, 세계화를 중시하는 교육계의 흐름과도 어긋난다"고 했다.
라이양은 "이런 문제가 고쳐지면 한국은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아직 국적 차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조만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을 계획이다.
요즘 그녀의 단기 목표는 '한국에 꼭 남는 것'. 비자 규정상 학부를 마치고 국내에서 바로 진로를 찾지 않으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해 진학ㆍ취업 준비에 바쁘다.
로스쿨 응시에 필요한 LEET(법학적성시험)를 지난 8월에 쳤고 국내 기업의 법무ㆍ통상 직군에도 관심이 많다.
라이양은 "졸업 뒤에 꼭 한국의 소외계층이나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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