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갑원 인천세계도시축전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폐막을 2일 앞둔 23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천도시축전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오 부위원장은 인천도시축전 준비기간은 물론 개최기간 내내 조직위 실무를 총괄하며 현장에서 도시축전을 이끌어 온 '숨은 살림꾼'이었다.
지난 1975년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30여년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민생활국장,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통계청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다.
2003년에는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을 맡아 현재 인천도시축전이 열리고 있는 송도국제도시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지켜본 '송도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다음은 오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인천도시축전 폐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소감은.
▲아쉬움이 많다. 행사 콘텐츠 구성은 잘 됐는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도시축전 주행사장 내 '세계도시관'과 '녹색성장관'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아쉽다. 세계도시관은 조직위가 돈을 내고 지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세계도시관 내 모든 전시부스는 해외 참여 도시가 모두 직접 짓고 자신들의 직원들을 보내 운영한 곳이다. 녹색성장관은 환경친화적 기술과 설비에 경쟁력을 갖춘 국내 주요 공기업과 대기업이 모두 참여한 곳이어서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학습의 장이었다. 각국의 요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세계 문화의 거리'와 '로봇사이언스미래관' 등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나머지 전시관도 많은 관람객이 샅샅이 보고 갔더라면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도시축전 개막 초기에 내린 호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국장, 신종플루의 급속한 확산으로 관람객을 모으는 데 큰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신종플루 여파로 원래 올 수 있었던 150만~200만명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8월 중순부터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국장, 신종플루 확산 여파가 이어지면서 약 40일간 소위 '공쳤다'고 본다. 아직까지 도시축전 행사장으로 자녀를 들여 보내기 꺼리는 학부모가 있지만 개최 기간 큰 문제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삼국시대 양쯔강 일대에서 있었던 적벽대전에 참가한 손권, 유비 연합군의 심정으로 전세에 불리한 북서풍이 방향이 바뀌어 남동풍으로 불어오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만큼 조직위 입장에서는 신종플루 여파를 물리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뜻이다.
--인천도시축전 개최로 인천과 송도국제도시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맞다. 내가 도시축전 개최기간 접대했던 사람들은 해외 유수 도시에서 온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도시축전이 열리고 있는 송도국제도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어떻게 이런 도시를 건설했냐" 그리고 "도시축전이라는 큰 행사를 어떻게 하게 됐냐"를 가장 궁금해 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송도는 이미 상하이나 두바이 못지 않게 미래가 주목되는 도시 반열에 올랐다. 미국을 대표하는 TV 뉴스채널 CNN이 도시축전 주행사장에서 2시간 동안 생방송을 진행했고 일본과 중국의 언론도 많이 다녀가 송도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해외 건설업체들은 이제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가 만들어진 역사를 궁금해하며 자문을 구하러 올 것이다. 도시축전 개최로 송도와 인천의 인지도가 확실하게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도시축전이 폐막하고 나면 주행사장은 어떻게 되나
▲도시축전을 준비할 때부터 가장 적은 비용으로 행사장을 꾸미되 철거한 뒤 남은 것은 재활용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시작했다. 도시축전 행사장의 구성은 하부 기반시설, 구조물, 내부 콘텐츠로 나눠진다. 기반시설만이 이미 투자해버린 매몰비용에 해당하는데 이것도 최대 6~7개월 정도만 쓸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적게 들였다. 나머지 보도블록, 수목, 천막, 음향장치 등 기자재 대부분은 빌려온 것이다. 행사기간 상영됐던 영상물 일부는 도시축전 기념관에서 계속 재생되고 컨퍼런스 등 각종 행사도 일부 살릴 계획이다. 주행사장 자리에는 주상복합아파트 4개 동이 들어서는데 이 가운데에 도시축전 기간 가장 인기를 끌었던 미추홀 분수가 남는다.
--도시축전 나름의 의미를 찾는다면.
▲도시축전은 우리 축제 역사에서 중요한 시점(Epoch)이 됐다. 대전 엑스포의 경우 과학기술 중심으로 치러져 관람객이 신기해하는 것은 있었지만 큰 감동은 없었을 수 있다. 인천도시축전은 도시와 문화, 환경을 주제로 삼았다. 현대는 도시의 삶이 곧 인간의 삶이 됐다. 도시화율은 전세계적으로 50%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특히 한국은 80%에 육박한다. 도시축전을 통해 기업.도시개발, 환경문제, 첨단기술, 문화의 4가지 요소를 고루 보여주려 노력했다. 행사 막바지에 끊임없이 입장하던 관람객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던 때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긴 잔치를 마무리하고 이제 아쉬움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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