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본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정리해서 가는 게 낫다는 게 다수의 생각이 아닌가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미 FTA 추가협상 때문에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게 됐다며 힘들었던 협상과정을 회고하면서 2차 협상때 4번이나 비행기표를 바꿔가며 `밀고 당기는' 치열한 기싸움 속에 협상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자동차 분야 협상 결과에 대해 "표면적으로 보면 양보를 많이 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좀 더 지속적으로 (미국시장에서) 잘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FTA 추가협상이 마무리됐다. 이번 추가협상 타결 의미는.
▲한미 FTA가 서명된 뒤 3년 6개월 표류돼 왔다. 계속 표류해서 좌초하거나 난파하는 것보다는 조기 발효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국익실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추가협상을 했다. 이번 추가협상 타결로 한미 FTA가 발효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고 본다.
--2007년에 협상 주역으로 나섰고 이번에 다시 추가협상을 끝냈다. 소감은.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온 기분이다. 앞으로는 이런 미로가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번과 이번 협상 중 어느 게 더 어려웠나.
▲이번에는 기왕에 합의한 것을 안 고친다고 했다가 고치게 된 게 저한테는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지난번에 미국측이 서울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협상이라고 생각 안 했다. 하지만 상대편에서 들고나온 내용이나 그쪽에서 조성되는 난관의 정도에 비쳐볼 때 정치적 명분을 준다는 차원에서라도 추가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대신 양보하더라도 공짜는 안 되고 대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미 FTA가 타결된 후 향후 절차는.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문안작업을 위한 한미간 실무회의가 시작된다. 연내에는 마치려고 한다.
--한미 FTA 국내 비준을 위한 정부의 전략은 뭔가. 이번에도 한국이 먼저 국회 비준동의 절차에 착수하게 되나.
▲지난번에 (국회에서) 하도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양당이 공히 (FTA를) 하겠다고 하니까 미국이 움직이기가 더 쉬운 게 아닌가 싶다. 저쪽이 먼저 발 빠르게 가면 우리는 명분상 뒤따라 가기가 편할 것이다.
--이번에 합의한 내용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절차는 어떻게 할 방침인가.
▲기왕에 통과된 것을 스톱시키고 추가합의된 부분만 별도로 해서 비준동의를 받느냐, 아니면 다시 철회해서 합쳐서 비준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냐는 문제다. 정부안에서 논의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미국은 언제부터 FTA 비준절차에 돌입하나.
▲미국 정부는 내년초에 FTA 관련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다만 공화당 일각에서 파나마와 콜롬비아 FTA와 같이 처리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한미 FTA가 그것 때문에 지연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는 같이 가든, 따로 가든 빨리 끝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국 의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복잡한데, 언제쯤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미국에선 상.하원 비준동의 절차를 다 거쳐야 한다. 전체 기간은 90일이고, 상.하원이 각각 45일씩 소요된다. 우리보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상반기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의회절차가 끝나더라도 발효는 양국이 국내 준비를 마치고 서로 통보한 뒤 두 달 후에 가능하다. 따라서 발효는 내년 하반기가 돼야 할 것이다.
--추가협상 합의내용이 주로 자동차 관련이다. 미국이 왜 자동차에 집착하나.
▲우리가 FTA를 시작하면서 쌀이 민감하다고 할 때 저쪽에서는 쌀 이상으로 자동차가 민감하다고 했다. 미국 산업에서 자동차가 갖고 있는 상징성은 엄청나게 크다. 그런데 그게 엄청 어려워져서 미국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함으로써 한국차의 `제2 도요타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는데.
▲미국의 연간 신차 시장 규모가 1천300만대를 넘고, 한국차 점유율이 8%다. 반면에 우리 신차 시장은 120만대이고 수입차는 10만대 정도이며 이중 미국차는 1만대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언밸러스(불균형)가 크다.
아직은 미국 시장에서 현대, 기아차 등 한국차가 잘 팔리는 데 대해 반감의 형태로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행위나 행태는 없다. 하지만 한미 FTA 자동차 분야와 관련, 노조에서 제기된 불만의 강도나 정치권의 호응 정도로 볼 때 우리가 원칙만 내세워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시장관리가 엄청 어렵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분야를 양보해서 한미 FTA 추진 의미가 퇴색됐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이 한국차에 대한 자동차 관세철폐를 4년 늦췄다고 해서 (미국 시장에서) 우리 경쟁력이 한꺼번에 꺾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가 이익이 발생될 수 있는 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것뿐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우리가) 양보를 많이 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좀 더 지속적으로 잘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협상에서 다른 부분은 관세 철폐기간이 연장됐는데 전기차.하이브리드차만 10년에서 5년으로 오히려 관세 철폐가 앞당겨졌다. 우리가 불리한 것 아닌가.
▲전기차 관세철폐를 앞당긴 제일 큰 이유는 EU와 5년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우리 업계에서도 5년이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탄탄히 준비해야 겠지만 꼬리내리고 몸을 낮출 필요가 없다. 당연히 경쟁이 필요한 부분이고 오히려 공세적으로 저쪽 시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계속 협상이 있을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2년전에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미국측과) 합의할 때 한국 소비자 신뢰가 회복된 뒤 (수입확대문제를) 따져보자고 했다. 신뢰회복이 됐다고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30개월 미만으로 월령제한을 두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잘 팔리고 있다. 미국이 (한국시장에서 쇠고기를) 조금 더 먹으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소탐대실한다는 것을 미국 업계도 잘 알고 있다.
--추가협상이 타결되기 전에 `나중에 미국의 요구사항을 다 까놓으면 뒤집어 질 것'이라고 발언했었는데.
▲협상에서 참 어려웠던 것은 서울에서다. 저쪽은 오바마 대통령 오기 전에 뭔가 해보려고 전달하는 어법을 굉장히 강하게 했고, 내놓는 것은 자동차 관세철폐 8-10년 연기하자고 하니 진짜 엎어질 일이었다. 그리고 자동차세,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구간을 줄이고 구간별 간격도 축소하는 등 세제를 다 뜯어고치라고 요구했다. 관세환급 요구도 했다. 이제 협상이 다 끝나고 나니까 이런 얘기 듣고도 뒤로 넘어지지 않는 것이지 협상장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으면 다 넘어졌을 것이다.
--미국측을 어떻게 설득했나.
▲안되는 것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쉽게 쉽게 얘기 듣기 시작하면 저쪽의 기대치를 올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재협상에 임하면서 `이미 (서명)해놓은 것을 어떻게 건드리느냐'고 한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재협상하자고 했으면 저쪽도 엄청난 기대를 갖고 올테고, 우리는 거기에 맞춰 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면 협상이 어떻게 됐겠는가.
--2008년 미국에서 쇠고기 협상할 때 김 본부장이 중간에 돌연 귀국한다고 짐싸며 미국측을 압박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 없나.
▲이번에도 비행기표를 네 번이나 바꿨다. 그냥 제스처로 한 것 아니다. 그때까지 안 하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다.
--미국에 연비 및 배기가스 배출기준이나 안전기준 양보한 것과 관련해 유럽연합(EU)도 추가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없나.
▲연비 및 배기가스는 FTA와 관계없다. 이 문제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생기니까 각국이 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책적 정당성이 있다. 하지만 무역장벽이 되지 않고 정당성도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동차 소규모 제작자에 대해선 예외를 두거나 이 기준보다 낮춰서 적용하는 것이다.
2009년 기준으로 4천500대 이하 판매된 미국차에 대해선 기준의 19%까지 봐주기로 했다. EU는 미국보다 차를 많이 팔고 있으므로 19%보다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더 많이 팔리는 차에 더 많은 예외를 주면 정당성이 훼손된다.
--EU와 미국차에 대해 기준을 차등 적용한다는 것인가.
▲차등화해야 한다. EU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업계에서 제출한 의견은 엄살을 많이 떠는데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고, 정부가 판단해서 서로 협의하면 절충점이 나올 것이다.
--한미 FTA 추가협상 선례를 보면서 EU가 한.EU FTA에서 불리한 사항에 대해 추가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지금 설명한 연비 및 배기가스 이외에는 없을 것 같다. 한.EU FTA 추가협상과 관련, EU가 오늘까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없다.
--미국, EU와도 FTA 협상이 마무리됐다. 다음 FTA 체결국은 어디인가.
▲우리 10대 교역국 가운데 이제 사실상 남는 것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지금 협상을 하고 있는 호주다. 그러면 사실상 10대 교역국과 FTA를 다 하는 것이다. 이들과 FTA를 다하면 우리 교역의 80%를 FTA를 통해 하는 셈이 된다.
--호주와는 당초 금년말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는데.
▲호주는 자원도 많지만 농산물 수출국이다. 농산물 때문에 쉽지 않다. (FTA를 하는데 있어) 우리나라 농업이 진짜 고민이다. 우리가 교역을 계속해야 하고 해외시장을 계속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FTA 해야 한다면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도 국민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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