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00시간 이상 일하던 생활이 계속됐다. 한 방에서 8명의 공동창업자들이 씻지 않고 배달음식으로 몇 년간을 버텼다.
그러기를 4년여. 네오위즈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등장하던 날. 장병규 현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는 일반 직장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와 성공을 거머쥐었다.
그저 앞으로 난 길을 따라가기만 해도 남부러울게 없을 것 같던 보장된 삶. 그러나 그는 뛰쳐나왔다.
검색 비즈니스의 수익성에 대해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2001년, 장 대표는 네오위즈의 태스크포스(T/F)로 시작했던 검색엔진 '첫눈'을 분사해 검색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을 목표로 뛰던 장 대표와 첫눈의 도전은 그러나 NHN의 매각제의를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된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매각대금을 놓고 사람들은 장 대표에게 또 한번의 부러운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장 대표는 그때가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고 방황했던 시기로 남아 있다.
그는 "첫눈 매각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합돼 일어난 결과다. 검색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설립 당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지금도 아쉬워한다.
투자에 있어 장 대표의 제1원칙은 수익성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을 먼저 본 뒤 그 사람이 하려고 하는 업, 그 업을 뒷받침하는 기술을 본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국내 최초의 엔젤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인 본엔젤스를 공동 창업한 장 대표는 이러한 기준으로 미투데이, 윙버스, 엔써즈 등 15개 벤처기업의 성공을 뒷받침해 오고 있다.
누구나 궁금해할만한 질문을 던졌다.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부를 가졌음에도 왜 끊임없이 창업하고 벤처를 벗어나지 못하느냐고"
사람 좋은 웃음 뒤에 장 대표는 대답한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임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들고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팀워크, 그런 것들은 대기업에서 느끼기 힘든거고 돈으로 쉽게 환산하기 어렵다. 그런 삶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선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세상에 있다"고.
-- 왜 계속 벤처 창업에 나서나.
▲대기업에 들어가서 임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인데 벤처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시행착오 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기일을 하는 삶이다.
뭔가 다른 삶, 대중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것,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팀워크, 그런 것들은 대기업에서 느끼기 힘든 부분이고 돈으로 쉽게 환산하기 어려운거다. 그런 삶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선호하는 사람들이 분명 세상에 있다.
-- 네오위즈 창업 당시의 목표는.
▲회사에 대한 거창한 목표나 가치관이 있었던게 아니라 그냥 도전했던거다. 3년 이상 우리 몸을 바쳐 일해서 10억원 정도만 벌어보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10억원을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세상의 모든 돈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 네오위즈라는 보장된 삶을 뛰쳐나온 계기는.
▲네오위즈의 기업공개(IPO) 이후 소위 돈이 생겼지만 삶의 가치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어야만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 오너 경영의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팀으로 경영을 하고 싶었다. 오너보다는 역할과 책임에 충실한 팀이 만들어졌을 때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첫눈 창업의 계기는.
▲네오위즈에서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첫눈을 만들 때 검색이 매우 잘될 것이라고 봤다. 그때는 아직 검색 비즈니스가 수익성이 높다는 인식이 나타나기 전이다.
-- 왜 매각했나. 첫눈을 만들 때의 목표를 달성했나.
▲검색의 글로벌 진출, 일본과 중국 모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매각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합돼 일어난 결과다. 아쉬움이 남는다. 벤처업계에 빈곤함의 축복이란 말이 있다. 투자를 못받은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서 오히려 조직이 탄탄하고 강해진다. 그런데 투자를 많이 받으면 뭔가 성공한 느낌이 있어 절박함이 없어진다. 첫눈이 매각되지 않고 빈곤한 시절을 겪었어야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 게임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벤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것보다는 누구와 같이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블루홀의 경우 박용현 전 엔씨소프트 리니지3 개발실장과의 만남이 계기다. 박 실장이 엔씨소프트를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사무실을 알아보고 회사를 만들게 됐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네오위즈에서 인연이 있었던 김강석 대표에게 CEO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 벤처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은데.
▲본엔젤스가 진행한 투자를 돌이켜보면 10개를 투자했다면 1개에서 1개 반 정도 성공한 거 같다.
-- 성공률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얼리 스테이지 라운드(early stage round)에서는 10개 중에 2∼3개만 성공하면 굉장히 훌륭한 결과다. 이 단계에서는 1억원을 투자해서 10억원의 수익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얼리가 아닌 레이트 스테이지(late stage) 단계에서 투자할 때는 10개 중에 4∼5개가 성공해야 한다.
-- 벤처 투자 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얼리 스테이지 라운드의 경우 사람을 주로 보고 향후 비전을 본다. 뒤로 갈수록 사람보다는 사업, 실제 숫자가 어떤지 등의 성과를 더 보게 된다.
-- 투자를 피하는 경우는.
▲급해보이는 경우 투자하지 않는다. "오늘 만나야 한다", "기회가 이때 뿐이다" 이런 경우는 다 피한다. 창업자가 맹신하는 경우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처음부터 성공할 수는 없으니 과신해서 모든 것을 거는 것은 피하라고 말한다. 세 번 도전해서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 대신 도전할 때 연대보증은 하지마라. 빚을 안지면 세 번 도전할 수 있다. 실패는 3년 안에 판가름난다. 세 번 도전하면 딱 10년이다.
-- 1인 창업이 늘어나는데.
▲가능하다면 공동창업을 추천하고 싶다. 팀이 잘 갖춰졌을 때 성공 확률은 높아지고 실패 확률은 낮아진다. 성격이 다르거나 전문지식 분야가 다른 이들이 함께하는게 좋다.
-- 올해 유망한 분야는.
▲본엔젤스가 올해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모바일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해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디바이스가 올해 가볍게 1천만대는 넘을 것이다. 모바일에서도 네이버와 같은 성공이 나올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런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것이 중요하다.
-- 국내 IT 기업들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이 드문데.
▲현대차가 창업하고 10년, 15년 됐을 때 글로벌 진출을 꿈이나 꿨는가.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국내에서 산업경쟁력을 쌓고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쳐 오늘날의 현대차가 됐다. 그런 관점에서 서비스업이나 닷컴 기업의 해외진출 성공 여부를 논하기에는 아직 도전의 역사가 짧다. 실패를 관용적으로 봐야 한다. 도전하다보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테라가 유료화 이후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저나 김강석 대표나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정도로 보고 있다. 우리는 블루홀의 비전으로 'MMORPG의 명가'를 생각했다. 블루홀에서 만든 게임은 무엇이든지 기대할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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