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언론사인 움마(Ummah Press)의 아흐메드 샤즐리 편집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엿새째로 접어든 반정부 시위 사태의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부장을 부통령에 앉히는 정도의 조각으로는 성난 시위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30년 넘게 언론계에 몸담아온 샤즐리 편집장은 "현 체제와 시위 군중 간의 시각차가 워낙 커서 소요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집트 군부와 미국 행정부의 태도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샤즐리 편집장은 이어 이집트 민주화의 기수로 인식되고 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관련, "냉정하게 말하면, 그에 대한 서민층의 신뢰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무바라크 체제의 대안 세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샤즐리 편집장과의 인터뷰는 애초 카이로 시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하기로 예정됐었으나 이날 시내로 통하는 도로 곳곳이 시위 사태로 차단되는 바람에 전화로 이뤄졌다.
다음은 샤즐리 편집장과의 일문일답.
--이집트 시위 사태의 원인은.
▲언론계에 오랫동안 종사해왔지만, 이런 정치적 격변 사태가 이집트에 닥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튀니지 시민혁명에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인터넷으로 소통하면서 억압된 현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많은 젊은이에게는 일자리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 비용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있다. 그들은 현실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현 시위 사태를 푸는 해법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보부장인 오마르 술레이만을 부통령에 앉혔다. 이런 조치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을 자신의 아들 가말(집권 국민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에게 세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조각으로는 성난 시위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 급진적 변혁, 진정한 개혁만이 해법이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데.
▲그렇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문제는 많은 요인에 달렸다고 본다. 미국 행정부의 태도도 중요하고, 군이 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지도 변수이다.
--군이 시위대에 발포할 가능성은 없나.
▲이집트 군대가 시민에게 총을 쏜 적은 없다. 군은 경찰과 다르다. 역사적으로 군은 중립을 지켜왔다. 다만, 다른 시민에게 심각한 위해를 주는 폭도에 대해서는 발포할 것이다.
--이집트에서 약탈이 벌어지고 있는데.
▲경찰이 치안 업무에서 손을 떼면서 지난 28∼29일에는 시내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을 스스로 지켜달라는 군부대의 요청에 따라 주택가 골목 단위로 청년층 중심의 자경단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치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이 대안이 될 수 있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엘바라데이는 주로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면서 가끔 이집트에 온다. 서민들과 아픔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그에 대한 서민층의 신뢰도는 낮다.
--향후 전망은.
▲현 체제와 시위 군중 간의 시각차가 워낙 커서 소요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대안 세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집권 30년 동안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 야권에서도 대안 세력이 부재하다.
이집트 시민들은 대안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할 것이고,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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