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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16만5000원 하는 '랑콤 제니피끄(50mL) 에센스'의 면세점 정가는 12만1000원이었지만 즉석에서 면세점 VIP 카드를 만드니 10%를 깎아줘 10만9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백화점 가격이 19만원인 '시슬리 아이 크림'은 27％ 정도 싼 13만9500원이었다. 면세점 직원은 "화장품의 경우 특정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5% 추가 할인 혜택이 있고 그 회사 제품으로만 일정 금액 이상 사면 1만~2만원을 더 깎아 준다"고 알려주었다.
공항 리무진 버스 안이나 환전소에서 5~10% 화장품 할인쿠폰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친구를 통해 인터넷 면세점에 회원 가입만 해도 기본 5% 할인을 받는 사실도 알게 됐다.
몇 개월 뒤 화장품을 사러 간 면세점에서는 몇 달 전 세일 때와 똑같은 방식․폭의 할인 혜택을 주었다. 세일기간이든 아니든 지불한 가격은 거의 같았다. A씨는 뭔가 속은 듯한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백화점들이 1년 내내 많게는 정상가의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옷을 파는 '연중 세일'을 실시해 옷값의 거품 논란을 불러왔던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한국 면세점들의 화장품 정상가격이 다른 나라와 별 차이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한국 면세점들이 화장품업체의 '가이드라인'을 지킨 결과로 보인다.
"면세점들이 고객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수단으로 할인 혜택 카드를 계속 써먹기 위해 얼마든지 낮출 수도 있는 정상가 체제를 공급업체 핑계를 대며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 아니냐", "한국 면세점들이 한뜻으로 공급업체에 정가 인하를 요구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면세점 업계도 "세계적으로 한국 면세점처럼 다양한 할인 제도를 갖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만난 중국 관광객 리우리화(劉梨華·42)씨는 "중국과 일본 면세점에도 가봤지만 한국 면세점처럼 화장품 할인쿠폰을 따로 발행해준 곳은 없다"며 "쿠폰 덕에 매우 싸게 화장품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1년 내내 세일을 하는 가격이 정상 가격이라면 평소 판매가를 싸게 책정하고 세일 기간에는 말 그대로 할인한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게 올바른 상도(商道)"라고 지적한다.
"그래야 면세점도 소비자에게 정직한 것이고, 소비자도 쇼핑의 즐거움인 세일 혜택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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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학 기자 hak0527@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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