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진출기업들 "탈출 가능할까...“

(서울=에버뉴스) 김영민 기자 = 현지에 진출한 다수의 국내 기업이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치달으면서 작업을 중단하고 대거 귀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항 폐쇄 등으로 출국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이동경로 곳곳에 시위대가 있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식량조달조차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발전소 등 대규모 공사를 벌이는 대형 건설업체들도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본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비상 대책을 의논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큼 아직까지는 대피할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23일 국토해양부와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사업 중인 국내 업체는 47개사에 이르며 이 중 건설업체만 24개사, 1천343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현지에 진출해 있다고 전했다.

나머지 업종은 개인사업체․소규모 무역회사․현지 채용인력이 상주하는 지사 수준여서 현지의 국내 기업활동은 건설업에 집중된 셈이다.

대우건설이 벵가지 복합화력발전소와 미수라타 복합화력발전소 등 7곳에서 모두 2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한국인 근로자 297명을, 현대건설이 트리폴리 발전소와 벵가지 송전선로 등 4곳에서 총 25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벌이면서 한국인 근로자 120여명을 각각 파견한 상태다.

주택사업도 활발해 신한건설이 자위야와 트리폴리 등 6곳에서 총 1만7천가구 규모(30억달러)로, 한일건설이 자위야 등 3곳에서 4천가구 규모(9억달러)로, 이수건설이 젠탄에서 3천300가구 규모(4억달러)로, 현대엠코가 굽바에서 2천가구 규모(4억달러) 등으로 각각 공사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업체들이 리비아에서 벌이는 총 공사는 90억달러 규모로 시공잔액만 79억달러에 이르러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금전적 손실과 공사 완성 여부도 문제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다.

지난 17∼19일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에서 모 건설업체의 주택건설 현장과 직원 숙소가 현지 주민들의 공격을 받았고, 20일에는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벵가지의 송전선로 공사 현장과 주택건설 현장에 각각 강도가 침입해 컴퓨터 등을 빼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혈충돌이 확산되면서 20∼21일에는 수도 트리폴리 주변의 서부 지역의 국내 업체 공사현장에도 난입한 주민들이 자동차,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약탈하는 과정에서 우리 근로자 3명과 제3국 출신 근로자 2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당장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해당 업체들은 근로자들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지만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H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지만 비행기가 없어 구체적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두바이항공 트리폴리 노선은 전산망이 막혀 28일까지 발권이 안된다", "필리핀은 전세기를 띄워 근로자들을 귀국시켰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외에 리비아 현지에서 근무 중인 국내 상사 등의 파견 직원들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거나 귀국할 계획이다.

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들은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어렵더라도 현지 군 병력과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만큼 탈출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발전소는 국가기간시설이라 정부에서 경비를 해주는데 좀더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피할 계획은 없다"며 "지금 트리폴리에는 비가 많이 와 여러모로 공사 진행은 어렵다. 비 때문에 시위도 더 확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