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들가게로 재개점한 서울 공덕동 ‘정슈퍼’(위). 중소기업청의 인테리어 공사 지원으로 외관이 깨끗해졌다(아래).

(서울=에버뉴스) 문영학 기자 =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전국에 나들가게 200개가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판매시점관리(POS) 기기와 종합컨설팅 등을 지원받아 문을 연 동네 슈퍼였다.

중소기업청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응할 수 있게 하겠다며 영세상인을 지원했다. 올해는 3000개가 추가로 문을 열게 된다. 영세상인들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지난달 30일 밝은 조명․신선식품 보관용 냉장고·품목별로 정리된 진열대·현금인출기까지 갖춘 ‘정슈퍼’. 33㎡(10평) 규모의 작은 슈퍼는 편의점 같았다.이 슈퍼는 첫 번째 나들가게 지정 후 하루 20만~30만원으로 떨어졌던 매출이 120만원까지 올랐다.

“예전엔 가게가 지저분해 신선식품류가 안 팔려서 들여놓지도 않았죠. 이젠 전부 취급합니다. 손님도 늘었어요.”

김성국(39) 사장은 “POS 기기 도입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과거 계산기로 계산할 때는 “다시 한 번 계산해 달라”며 의심하는 손님이 많았지만 POS 도입 후 의심을 품는 손님도 없어졌다. 게다가 팔린 물건이 바로 확인돼 재고 관리도 쉽다.

같은 날 서울 종로에 있는 또 다른 나들가게는 사정이 달랐다. 웬만한 SSM 못지않은 규모(215㎡·65평)에 육류·생선류를 제외하곤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 없었지만 신모(56) 사장은 “인건비도 제대로 못 챙긴다”, “간판 말곤 달라진 게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가게의 매출은 월 200만원 수준으로 전환 이전과 비슷하다.

“정말 작고 허름한 가게는 인테리어만 바꿔도 매출이 늘죠. 하지만 웬만한 슈퍼는 그런 건 다 갖추고 있어요.“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이상권 의원이 나들가게 전환 사업자 1435명의 ARS 조사 결과 응답자 405명 중 46.2%가 “매출이 이전과 비슷하거나 떨어졌다”고 답했다. 신 사장은 “정작 우리가 필요한 건 유통 시스템인데, 진전이 없는 것 같다”고 분통했다.

그가 나들가게 전환을 신청한 건 중기청이 약속한 통합물류센터 때문이었다. 공동구매를 통해 물건을 싸게 들이고 배송도 자주 받을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했으나 물류센터는 아직 착공도 못했다. 신 사장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정권 바뀌면 없었던 일이 되는 거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 대책, 정작 실행된 건 없어=통합물류센터 착공이 늦어진 것은 중기청과 지식경제부가 물류센터 개수를 가지고 지난해 내내 대립했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20개안을, 지경부는 8개안을 주장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올해 예산안에 반영되진 못하나 최근 20개 정도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에 반영된다고 해도 2012년은 돼야 착공할 수 있게 된다.

나들가게가 각종 공산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도 정부 대책의 핵심이었다. 지난해 5월 중기청은 이마트와 “공산품을 이마트 매장 공급가에 납품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으나 아직 실행되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 품목·정부의 지급보증 범위 등을 조율 중이다. 처음부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정부가 나들가게의 양적 증가에만 신경써 인테리어 등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통합물류센터와 배송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않으면 SSM에 대항할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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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학 기자  hak0527@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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