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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둘. 친구 한 사람이 다른 친구로부터 한 달 후에 갚기로 하고 1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시간이 다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에 채권자인 친구는 매일 전화로 돈 갚으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짜증이 난 친구는 돈을 모두 동전으로 바꿔 가마니에 넣었다. 다음날 채권자인 친구 사무실에 던져두고 나왔다. 우리의 친구는 이 가마니를 받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받지 않아도 된다. 채무자는 ‘채무내용에 좇은’ 변제의 제공을 하여야 한다(민법 제460조). ‘채무내용에 좇은’ 방식이 아니라면, 채권자는 이를 거절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갚는 시기와 장소가 적합하지 않다. 서로 약속이 없었다면 돈을 갚는 채무는 원래 채권자의 현주소에서 해야 한다. 강도를 만난 길 위는 채권자의 주소지도 아니고, 적합한 시간도 아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갚는 방법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동전 가마니를 받은 친구로서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일단 액수가 맞는지 세어 봐야 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이렇게 받은 돈은 보관하기도 어렵고, 다시 쓰기도 어렵다. 이는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상식’이라는 기준을 통해 다수가 공감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정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들이 적용되면 다르다.
예를 들어 보자. 한적한 도로가 있다. A씨는 횡단보도 약간 못 미치는 곳에 시동을 켜놓고 약 10분 정도 음악을 들었다.
B씨는 그 뒤에 차를 세워 두고 재빨리 달려가 1분 만에 커피를 사온 뒤 바로 차를 운전해 갔다. 그런데 둘 모두 주정차위반고지서를 받았다. 억울하다며 하소연한다.
이들의 사연을 들은 판사는 그들이 원하는 답변을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감은 해도 과태료를 매기는 일은 피할 수 없다.
횡단보도로부터 10미터 이내인 곳은 주정차금지구역이다. 정차는 5분을 넘기면 성립한다. 운전자가 차량을 떠나서 즉시 그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곧바로 주차가 된다.
결국 둘 모두 주정차위반이 맞다. 원래부터 ‘주정차’의 개념은 정책적 목적에 의해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보통의 ‘상식’ 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단속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분리해 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일매일 상식과 법에 따라 판단을 하는 판사의 머릿 속에서도 이들은 춤추다가도 토라진다. ‘둘이 늘 끌어 안고 지낸다’ 생각하는 일반사람들이 걱정될 때가 많다. / 강세빈 광주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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