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일본 대지진 발생 한 달을 맞아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방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원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예상치 못했던 자연재해 때문에 비롯됐는데,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방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뼈저리게 느꼈다"며 "방사능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윤 원장과의 일문일답.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우리의 대처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었지만 즉각 원전 위기관리반을 가동하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등 분석에 착수했다. 이후 사태 진전 추이에 맞춰 방사성 물질 감시 주기를 단축하고 조사대상 물질도 플루토늄 등으로 확대했다. 적절했다고 본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구원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것인데도 묵묵히 분석에 전념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원자력 발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는 설계기준을 넘는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경우에도 사고가 확대되지 않도록 규제기준 상향 필요성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점검을 철저히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원자력 안전측면에서 새로 태어나는 계기로 삼겠다.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의 영향이 어느 정도나 될 것으로 전망하나.
▲일본 상황이 더 확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유출된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매우 미미할 것이다. 국민생활에 밀접한 부분인 만큼 방사성 물질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해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하면서 해산물도 섭취하고 여름에는 해수욕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

--방사성 물질 감시를 강화하려면 현재의 장비와 인력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현재 71곳인 환경방사선 감시망을 국토 최외곽과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120곳까지 늘릴 생각이다. 또 전국 12곳의 지방방사능측정소의 장비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인력도 늘려야 한다. 생길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서 미리 대처방법을 끊임없이 익히고 계획을 수립해야 실제로 사고가 벌어졌을 때 안전할 수 있다. 방재에 대한 투자는 원자력의 혜택을 받으려면 당연히 해야 한다.

--정부나 KINS 발표내용을 불신하는 국민이 상당수 있는데.
▲방사능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는 일반 국민과 우리 전문가들의 생각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 괴리를 극복하는 답은 역시 신뢰일 것이다. 신뢰를 얻기 위해 일단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의료용이든 산업용이든 방사성 물질의 이용이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방사능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 등도 강구하겠다. 하루이틀에 되지는 않겠지만 국민적 신뢰를 쌓도록 노력하겠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은 약속한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유입된 방사성 물질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거나 생활에 제한을 줄 수준이 절대 아니다. 냉철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KINS의 발표를 믿고 따라와주면 이번 사태를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방사능에 대해 불필요한 두려움을 심어주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