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일본 천주교 오이타(Oita)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사제 서품식이 열렸다. 이 교구에서 신부가 탄생하기는 4년 만에 처음.

이날 신부 서품을 받은 사람은 한국인 최재경(29) 신부.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인 최 신부는 신학생 시절인 2007년 6월 오이타 교구로 파견됐다. 두 교구가 2007년 체결한 신학생 파견 협약에 따라 최 신부는 현지인 사역을 위해 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가서 서품을 받은 신부 1호다.

최 신부는 서품을 받은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일본어로 첫 미사를 봉헌했다. 잠시 한국에 귀국한 최 신부는 오는 16일 일본으로 돌아가 19일부터 오이타 교구 미야자키 성당 보좌신부로 사목하게 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최 신부는 "핵가족의 폐단 때문인지 일본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과 사람이 많다"면서 "이들에게 전문 치료를 해줄 수는 없겠지만, 영적 치유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당은 벽이 높거나 담이 높은 곳이 아닌데 신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돼버렸습니다. 벽을 허물고 믿지 않는 청년들에게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싶습니다.

일본에는 혼자서만 놀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친구가 많은데 제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즐거움을 일본의 젊은이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독도 문제로 양국 관계가 경색돼 일본 사목 활동이 어렵지 않은지 묻자 최 신부는 "사제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목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면서 "신앙이 있는 분들과 신앙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독도 문제가 몇 번 터졌지만 의외로 일본 사람들은 (독도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특히 일본 천주교 신자 중에는 일본의 과거 만행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최 신부는 성당 공동체를 통해 한국과 일본 젊은이가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제가 아는 청년들이 일본에 오면 일본 청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인은 이럴 줄 알았는데 만나 보니 아니다' '일본인은 이럴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아니다'고 말하는 양국 청년이 많습니다.

청년들이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무너뜨리고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일본 천주교 신자 수는 40만-50만 명으로, 한국(500만 명)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에서 사목하는 한국인 사제는 10명 남짓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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