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손님을 들여보내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신라호텔의 논란이 확산되면서 해외토픽으로까지 다뤄져 일본에서는 한복 비하 발언까지 나오는 등 ‘국제적 망신’이 되고 있다. 

14일 AFP통신은 “한국의 최고급 호텔에서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지 못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신라호텔의 한복 착용 금지 사태를 전했다. 이 보도에서는 한복 착용 금지와 관련된 최초의 보도부터 호텔 측의 사과, 장관의 경고 조치까지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다뤘다.

그러나 호텔 측은 사회적 분위기가 실제와는 다르게 호도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복을 착용하면 여러 불편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뷔페 식당에서만 고객에게 주의를 환기시켰을 뿐 호텔 내 다른 시설에서는 한복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는데 호텔의 정책으로 모든 시설에서 한복 착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복출입 금지에 대해 약간은 과장되어 부풀려졌을지라도 이러한 호텔측의 입장은 솔직히 변명으로밖에 보이질 않고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

온갖 미사여구로 변명하기 보다는 깨끗하게 고개 숙이고 이번 논란을 두고 시정하겠다고 말하고 끝냈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일본 자위대 행사에 연회장을 빌려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비판받기 충분한데 교묘하게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조금이라도 책잡힐 행동을 하면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일이 커지는데 늦게나마 평소의 무책임했던 호텔측의 태도문제가 보기 좋게 터졌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일반인이었다면 과연 이 사단이 났을까. 사과는 커녕 문전박대만 당하고 그냥 묻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나마 유명한 디자이너가 일을 알려서 사과하고 개선의지를 보여 다행이다.  

자국 땅에서 신라라는 지극히 민족적인 이름을 달고 하는 호텔에서 자국 전통의상 거부라니, 아무리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규정으로까지 정해 놓은 것은 호텔의 정체성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다면 절대 내릴 수 없는 명령이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복 디자이너인데 한복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했다면 스스로 자랑스러운 직업을 트레이닝복이랑 동일 취급당했으니 마음의 상처가 정말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위 10개 호텔 중 한식당을 경영하는 호텔은 고작 4개에 불과하다. 중국, 일본 등의 특급호텔에는 거의 다 자국 음식점이 입점해있는데 우리 호텔만 우리 음식을 홀대하는 등 한국 호텔의 실정 문제와 더불어 이번 사태를 통해 한글이 아닌 영어열풍과 외국학위를 더 우대해주는 등 우리나라의 씁쓸한 현실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기여해야할 호텔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복에 대해 좀 더 생각 해 볼 수 있길 바라며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전통문화를 홀대하지 말고 자랑스레 여기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달해 인턴기자  autumnsm@naver.com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