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의 내용은 전자경매 시 가장 높은 응찰가를 써낸 도매상이 낙찰받게 돼 있음에도 낙찰가가 응찰가보다 낮게 결정되거나 아예 경매 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어 경매사와 도매상이 미리 짜고 가격조작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25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이번 의혹은 옥수수 경매를 주관하는 H청과 업체가 올해 처음 전자입찰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사 관계자는 "경락가격이 결정되더라도 상품에 하자가 발견되면 출하자 동의하에 가격을 조정할 수 있지만, H청과 소속 경매사가 출하자에 통보하지 않은 채 도매상과의 협의만으로 가격을 조정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매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는 데도 나중에 멋대로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은 경매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전자입찰 시스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아울러 경매 기록이 아예 없는 거래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옥수수 경매 시 전자입찰 경매와 기존의 수지식(手指式) 경매가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응찰가를 제시하는 수지식 경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데다 경매 과정이 기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부정이 있더라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것.
공사 관계자는 "올해 처음 이 품목에 전자경매를 도입했지만 터무니 없이 낮은 경락가가 나오는 등의 문제가 있어 수지식을 혼용하고 있다"면서 "옥수수는 취급 중도매상이 적고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수지식 경매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옥수수 시장의 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 무조건 전자입찰을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경매사가 재량권을 다소 가지는 수지식 경매로 어느 정도 가격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자경매가 이미 보편화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지도 않고 수지식 경매를 유지해야 했는지와 관련해서는 공사의 검토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전자경매제도를 도입한 이후 올해 9월 현재 전자경매율은 89%이며, 수입과일을 대상으로 하는 정가매매와 최저가를 지정하는 일부 수의매매를 제외하면 수지식 경매는 예외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왜 굳이 경매를 수지식으로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부정을 확인하면 관련 법인과 경매사에게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사의 이런 사후약방문식 처방에도 불구하고 농어민을 `봉'으로 여기는 일부 경매사 및 중도매상의 인식과 공사의 주도면밀하지 못한 관리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농어민만 계속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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