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시아 외교'란 이 대통령이 지난 3월초 남태평양 3개국 순방의 종착지였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실질적 협력 증진을 지향한다는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선언하면서 태동한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강화를 통해 역내 중심국가로서의 외교역량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태어난 지 반년 남짓한 '신아시아 외교'가 이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 기간에 일단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번영의 동반자인 아세안과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신아시아 외교를 본궤도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판단은 외국 언론에서도 언급돼 눈길을 끈다. 세계적 일간지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4일 전문 칼럼니스트 논평기사를 통해 '신아시아 외교'를 호평하면서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보다 이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방문이 아세안 지역에서는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정부나 해외 언론이 '신아시아 외교'가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보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IHT가 이 대통령과 응웬 밍 찌엣 베트남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합의한 것에 주목했듯 이번 순방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 국가 및 지역협의체와의 외교적 관계가 한층 긴밀해졌다는 점이다. 한국과 베트남간에 합의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동맹 관계' 바로 아래 단계로 기존보다 무려 두단계나 격상된 것이다. 한-아세안 관계도 현행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됐다.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자고 즉석 제안한 것처럼 역내 국가들이 한국과의 관계 격상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분위기는 더욱 성숙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겠다.
이들 국가나 지역협의체와의 실질적인 협력이 강화된 것도 '신아시아 외교'의 장래를 탄탄하게 해주는 요소로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고속철과 하노이 홍강 개발계획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한다는 보장을 받았으며 캄보디아와는 광물자원개발, 방송콘텐츠 제작, 범죄인 인도 등으로 협력분야를 넓히는 한편 녹색성장 분야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 기금 2억달러 중 1억달러를 아세안 국가들에게 기여하고 아세안을 위한 ODA(공적개발원조) 규모도 2015년까지 2008년의 두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유.무형의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끝난 뒤 채택된 의장성명에서 아세안 정상들이 '신아시아 외교' 구상이 미래의 한-아세안 관계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고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도 신아시아 외교가 얻어낸 가시적 소득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신아시아 외교'는 아직 여물지 않은 단계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아직은 동남아 등지에서의 공식적인 입지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으나 점차 활동영역과 영향력이 확대되면 선점국인 중국과 일본 등이 어떤 견제를 취할지 알 수 없다. 여러가지 상황을 예측하면서 관련국들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끌어가야만 아시아 신흥국들의 리더를 자임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아시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내 중심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신아시아 외교'가 뿌리 내리고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고 역내 국가들의 의장국 한국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만큼 향후 1년간 최대한의 외교 역량을 발휘하고 관련 정책개발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쳐 '신아시아 외교'가 단기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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