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0여 일 남기고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최되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회 참석차 알마티를 방문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소회를 말하고 재임 중 국가위기를 함께 극복한 국민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상기시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EBRD 총회에 임하는 자세를 피력했다.
다음은 윤 장관과의 일문일답.
--이제 2년 4개월간의 재임기간을 마치고 경제수장으로서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소회를 말씀해 달라
▲2009년 2월 취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다. 그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OECD 국가 중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해 모범사례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신흥개도국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최했던 G20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 이슈를 선도하는 중심에서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
다만, 그동안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는데 영광스럽게 떠나게 돼 감사한 마음이다. 특히 후임자인 박재완 장관이 충분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
--재임 기간에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점은?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경제위기 극복'과 '국제무대에서 국가위상 제고'였다.
취임 후 경제성장 전망치를 현실적으로 수정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추경편성 등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대응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지난해 물가가 2.9%로 안정된 가운데 6.1%의 높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것도 보람으로 느낀다. 또한 ASEAN+3(동남아국가연합+한ㆍ중ㆍ일) 재무장관회의 의장으로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를 타결하고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과 이번 EBRD 연차 총회 의장직 수행으로 재임기간을 마무리하게 된 것도 큰 보람이다.
다만, 물가문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 소득격차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재임기간이 1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출장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직접 온 이유는 무엇인가?
▲인수인계 등 여러 바쁜 일정과 건강 문제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EBRD 연차 총회는 우리나라가 63개 회원국 중 단지 하나의 나라로서가 아니라 의장국으로서 주재하는 자리로 의미가 특별하다.
EBRD 측에서 총회의 의의를 살릴 수 있도록 반드시 참석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뿐 아니라 무엇보다 국가 위상제고를 통해 우리가 비유럽국중 최초로 의장국에 선출되었는데 국제적 신의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이집트에 대한 지원문제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는 점도 참석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이번 EBRD 연차총회의 의의와 기대성과는 무엇인가?
▲이번 EBRD 총회는 실크로드의 영광을 간직한 카자흐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최초의 아시아국 의장이 주재하는 구도로 열리는 회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비유럽국중 최초로 의장직을 수행한다. 아울러 올해는 EBRD 창립 20주년으로 새로운 20년을 준비해야 할 역사적 전환점에 있다. 특히 EBRD의 지리적 사업범위를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는 사업범위를 '중동부 유럽'으로 한정하는 EBRD 설립 협정문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문제를 이번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총회 의장으로서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이는 변화가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이바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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