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참석한 3국 정상회의가 22일 일본 도쿄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동북아 지역의 중심국인 한.중.일 3국이 정상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네번째이다. 3국 정상은 올해 하반기 협력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하는 것을 계기로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인적.문화적 교류에도 적극 나서기로 다짐했다.

특히 중국이 주최하는 내년 5차 정상회의는 한.중 수교 20주년과 일.중 관계정상화 40주년을 맞아 3국간 교류.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3국 정상회의 개막 하루전인 2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역내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북한변수'와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의 역할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을 가다듬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한.중.일 3국은 정상선언문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를 공유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상선언문은 또한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의 필수적인 중요성을 강조하고,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의 2005년 공동성명에서 명시된 목표들을 실현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이어 간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대화에서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를 제시해야 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일부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6자회담 개최 전에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정상이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시켜나갈 의지를 공유했다"고 선언문에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게운치 않은 여운이 남은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 담긴 북.중 양국의 속내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1차적인 관심사는 북.중 양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시기를 굳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막 하루전으로 잡았느냐는 점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 및 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외교적 관례와 상식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국으로서는 비록 시차를 뒀지만 남북한과 일본의 정상을 동시에 상대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절대적인 `맹주'의 위상을 과시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북한의 입장에서는 국제적인 압박과 고립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제외한 3국 정상들의 동북아 정세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존재감'을 극대화시켜보자는 전략적인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중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부합하는 한국, 일본과의 선린우호협력 관계 구축에 있어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자가당착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북한변수가 동북아 정세에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핵문제 등에 있어 본질적이면서도 능동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3대 세습체제의 미래는 결코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김정일 위원장이 1년 사이에 3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서 예사롭지 않다. 심신이 쇄약 한 상태에서 30살도 안된 3남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권력승계 절차로 밟고 있는 북한의 내부 사정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문제와 식량난 해소를 비롯한 당면 현안을 해결함에 있어 북한이 아직까지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와 배경에 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대북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지에 관해 더 이상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북.중 경제협력을 비롯해 양국 관계에 분수령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양국 모두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북핵문제와 세습체제의 정당성, 대남 무력도발과 한반도 통일 등에 관해 확실한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또다시 북한의 선택과 중국의 역할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도 북.중 관계의 변화가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남북대화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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