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통계청과 공동주관으로 27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제3차 세계포럼을 개최하며 던지는 질문이다.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2천여명이 참석하는 이 포럼은 OECD가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라는 점만 봐도 새로운 지표 개발에 대한 OECD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세계포럼이 GDP 지표를 폐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GDP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동시에 GDP가 담아낼 수 없는 다양한 사회발전 지표의 창출 가능성을 엿보자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적이다.
통계청이 발간한 `OECD 세계포럼의 이해'라는 책자를 토대로 포럼의 의미를 정리해본다.
◇75년묵은 GDP 개념 보완 필요성 제기
GDP는 한 나라의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창출한 부가가치의 합을 뜻하며, 1934년 사이먼 쿠즈네츠 전 미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첫 추정이 이뤄졌다.
GDP가 국민소득을 대표하는 지수로 자리매김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선진국들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경험하면서 생활수준이 급격히 향상됐고, GDP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반영하는 간접지표로 간주됐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선진국의 경제가 급격히 침체되자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 GDP 중심 세계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GDP가 국민생활의 질을 반영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일부는 삶의 질을 반영하는 대안지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GDP 대안지표 개발 논의는 7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더욱 악화되면서 진전되지 못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실업, 생산성 하락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양적 성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사람들이 경제성장 일변도에서 다시 삶의 질, 환경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 GDP 대안 모색이 재개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80년대 이후 서서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환경을 고려한 지표도 개발됐다"며 "그 결과 70년대 두 개밖에 없었던 사회발전 종합지표의 수가 현재 40개를 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GDP 넘어선 대안은..각국 새지표 개발붐
90년대 이후 GDP 대안 논의가 재개된 데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가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수는 1인당 실질GDP와 함께 기대수명, 성인 문자해독률, 교육관련지표를 반영해 작성된다.
최근의 예로는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노력이 대표적이다. 그는 작년 4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스티글리츠 위원회'를 구성, 경제적 성과와 사회발전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 개선작업을 의뢰했다.
지난 6월 발표된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표는 기존의 GDP 외에도 삶의 질, 지속가능성, 환경 등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론을 담고 있다.
캐나다의 웰빙지표(CIW)도 관심 대상이다. 민간단체인 애킨슨자선재단이 작성하는 이 지표는 예술, 시민참여, 생활수준, 건강한 국민 등 8개 영역에서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해 하나의 종합지수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부탄의 국가지표로 채택된 국민총행복지수(GNH)도 종종 거론된다. 인구 60만명의 왕정국가인 부탄은 가난
한 나라지만 종교적 신념과 문화적 특성 탓에 국민행복도가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심리적 웰빙, 시간활용, 문화, 보건, 교육, 생활수준 등이 평가지표로 활용된다.
우리나라가 연말까지 국민행복지수를 만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 지수는 소득, 고용, 주거, 교육, 안전 등 민생 5대 지표를 토대로 경제성장 뿐 아니라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제고를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포럼 "GDP 보완하면서 새지표 모색"
OECD 세계포럼은 이런 흐름 속에서 GDP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난 새 지표 개발을 모색하기 위해 탄생했다.
OECD는 2004년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아우르는 발전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창설했고, 세계포럼은 각국 전문가간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4년 11월 이탈리아에서 제1차 회의가 개최됐고, 제2차 회의는 2006년 6월 터키에서 열렸다. 제4차 회의는 2011년 인도에서 개최된다.
하지만 OECD의 작업이 단시일에 끝날 것같지는 않다. 통계청 관계자는 "세계포럼은 정책 결정권이 있는 당국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학계나 시민단체 등 전문가 간 교류의 장"이라며 "OECD도 언제까지 지표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OECD가 새 지표의 필요성을 거론한다고 해서 전통적 국민소득 지표인 GDP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GDP의 맹점을 보완하면서 GDP 외에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 개발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인실 통계청장은 "앞으로도 GDP는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유용한 수단으로서 사용될 전망"이라며 "다만 GDP는 GDP대로 발전시키되 환경, 사회안전, 소득, 교육, 가족 등 보완지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 총리·비서실장 인선에 깊어지는 고심…총선 수습 출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