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오셔서 집처럼 편히 쉬시고, 지금처럼만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남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에서 6년째 무인양심가게를 운영하는 박충렬(52) 이장은 30일 수줍게 포부를 밝혔다.

무인가게가 생긴 것은 지난 2005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던 가게가 없어지면서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마을회관 옆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처음으로 무인가게를 열었다.

이후 통신과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지난 2007년에는 도난 사건이 일어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한때 도난을 막기 위해 가짜CCTV를 달기도 했지만, 일부에서 비난이 일자 이틀 만에 떼어내 불에 태워버렸다.

그 후 무인가게는 오히려 생필품 가짓수를 더 늘려 진열했고, 마을 주민들에 대한 변치 않은 `믿음' 때문인지 단 한 건의 도난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휴일이면 가족 단위로 가게를 찾은 관광객들은 박 이장에게 `이장님 정말 수고하십니다', `천원어치 샀는데 만원 넣고 갑니다. 좋은 곳에 쓰십시오'라는 내용의 메모를 돈통에 넣고 가기도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출향 인사들과 장성군청,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7천만원을 모아 무인가게와 마을회관을 새롭게 단장했다.

지폐교환기도 설치해 잔돈을 쉽게 바꿀 수도 있고,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깨끗하게 고쳐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겨울이면 따뜻한 난로에 모여 화투도 치기도 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맥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단돈 800원만 내면, 따뜻한 봉지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도 있고, 냉장고에 가득한 남도의 김치도 맛볼 수 있다.

영리가 목적인 가게가 아니다 보니 운영이 힘들 수도 있을 텐데도 박 이장은 별걱정이 없다.

박 이장은 "한달 200만원 가량 매출을 올리는데, 이윤이 거의 없어 사실상 순이익은 20만원에 불과하다"며 "전기료 등 운영비로 충당하면 남는 것이 없지만,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유명세를 탄 이후 광고 문의도 급증했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무료 광고만 하겠다'는 박 이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박 이장은 "유명 대부업체에서 3천만원까지 제시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며 "소박한 마을을 대부업체의 광고에 이용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어 절대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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