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입수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최근 결정문에 따르면 진실화해위는 박노수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공권력의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가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이후 터진 공안사건으로 영국 등에서 유학하면서 동베를린(동백림)을 방문한 유학생들의 입북 사실을 확대해 간첩 혐의로 기소함으로써 사형 등을 선고받게 한 사건이다.
당시 박노수는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였으며 김규남은 박 교수의 도쿄대 동창이자 현역 민주공화당 의원이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당시 중앙정보부는 박노수 등을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영장 없이 불법 연행하고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일주일 정도를 불법으로 가둔 상태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하고 잠 안 재우기 등 강압적 조사를 해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당시 김형욱 중정부장은 다른 수사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노수를 권총으로 위협한 사실도 파악됐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서울지방검찰청이 중정의 위법적인 수사를 알면서도 검사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만 작성해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당시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1970년 이들의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자백 외에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국가기밀 누설 및 탐지에 의한 간첩혐의에는 조선노동당 입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사형을 선고했다고 진실화해위는 덧붙였다.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을 받은 박노수와 김규남은 재심 청구를 했으나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 돌연 형이 집행돼 사망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이 반국가단체가 지배하는 지역을 왕래하면서 북한 사람을 만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해 극형인 사형을 선고하고, 재심 개시 심리 중에 형을 집행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권과 생명권을 박탈한 인권침해 행위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이들의 범죄사실에 관해 대부분 자백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다 그 자백이 강압적 분위기와 가혹 행위 등에서 나온 것이라며 임의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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