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한 제10회 한국문학번역상에서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소설가 박민규의 '아침의 문'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지난달 말 신인상을 받은 고려인 박 카밀라 모란(24.여)씨.
그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번역을 통해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과 한국 전통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학중앙연구원의 '외국인 학생을 위한 한국문화강좌'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2007년 모국 땅을 처음 밟은 박씨는 현재 재외동포재단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말이 유창한 박씨는 "내년에 석사과정을 마치면 번역아카데미 등에 들어가 실력을 쌓고, 한국 문학작품을 더 많이 번역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가족사를 소개해달라.
▲일제시대 연해주로 건너가 정착해 살다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허허벌판 중앙아시아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고려인 후손이다. 할아버지는 당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정착했지만 소련 해체 후 우즈벡 민족주의의 득세로 소수민족의 정치.사회적 입지가 약화되면서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했다. '밀양 박씨'인 할아버지는 모란꽃을 닮았다고 내 이름을 '모란'으로 지으셨다. 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교 언어문학학부를 졸업했다.
--신인상 수상 소감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상을 줘 감사하다. '아침의 문'은 대단히 난해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원작의 묘미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번역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이 작품은 자살을 기도하던 남자와 몰래 아기를 낳아 죽이려던 미혼모를 등장시켜 생명의 가치를 이야기한 소설이다. 문학번역원이 선정한 작품이기에 번역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작가의 개별 문체를 살리는 것이었다. 굉장히 어려운 숙제였지만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번역이란 무엇인가.
▲문학작품의 번역은 단순한 소통이나 의미 교환, 혹은 전문 분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번역자는 독자이자 해석자이며 나아가 작가 역할을 같이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작품을 번역할 때 텍스트 내용만 옮기지 말고, 원작 언어로 그려진 세상을 도착어(해석된 언어)로 전달하고 작가 특유의 문체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금 500만원을 받았는데.
▲방학을 맞아 14일 고향에 간다. 어머니 선물로 파리 여행을 보내드릴 계획이다.
--준비 중인 석사학위 논문은.
▲'한국 다모드 텍스트(multi-mode texts)의 시각적 기호학 분석과 이(異)문화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이다. 올해 말까지 논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에 졸업하지만 바로 귀국할 생각은 없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 남아 전공과 관련된 경험을 쌓고 싶다. 틈틈이 번역도 할 예정이다.
한국문학번역상 신인상 받은 고려인 박모란씨.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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