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케 라이나츠 안네그레테(69.여) 독일 마부르크-비덴코프 작가협회장은 최근 광주 시립미술관에 `한 어머니의 슬픔-1980년 광주'라는 유채화를 기증했다.
가로 70㎝, 세로 100㎝ 크기의 이 작품은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무덤에 쓰러져 절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는 화면 중심은 빨강 색조로, 위쪽은 파랑 색조로 표현해 어머니의 슬픔과 분노가 평화와 화해로 승화되길 바라는 염원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지난 9일부터 한 달간 광주 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열리는 `독일에서 온 편지'전에 출품된 것인데, 전시회에는 안네그레테씨의 5.18을 소재로 한 작품 3점 등 독일 작가 17명의 회화, 조각, 사진 등 100여점이 전시됐다.
작가협회를 이끌고 광주에 온 안네그레테씨는 27일 "인권과 민주화 운동으로 잘 알려진 광주에 내 작품이 있게 돼 오히려 영광"이라며 "5.18 정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자료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현지의 한국인과 교분을 쌓아온 안네그레테씨가 광주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 말 민중미술가인 홍성담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홍씨를 초청해 강연과 판화전을 열면서 5.18에 대해 알게 된 그는 홍씨가 북한에 걸개그림을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되자 한국에 와서 구명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슬픈 개인사를 바탕으로 반전,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작품의 소재로 하던 안네그레테씨는 광주와 한국의 현실에도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이번 전시 기간에는 자신의 작품 소재이기도 한 5.18 당시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꼬마 상주' 사진의 주인공인 조천호씨를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안네그레테씨는 "1980년대 말 방문한 한국은 어두웠는데 20년 만에 다시 찾으니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문화적으로도 한층 성숙한 것 같다"며 "평소 그려온 광주에서 전시회를 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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