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민 사회는 아니지만, 갈수록 이주민 비중이 커지는 사회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이주노동자 권익을 위해 일하는 재미동포 3세 임월산(33)씨는 진보적 학생단체인 전국학생행진이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성대 에듀센터에서 여는 '노르웨이 테러사건을 통해 본 한국의 인종주의'라는 강연에 앞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주민과의 소통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인류학과 역사를,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한 다음 2008년 한국에 와 2년간 이주운동단체에서 일했다. 작년 6월 한국에 다시 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

임씨는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라기보다 국적에 따른 차별이 분명히 있다"며 "제3세계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보면 똑같은 일에 동일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작업장을 마음대로 옮기지 못하는 데 그게 차별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인과 다름없는 모습인 자신이 지하철 좌석에서 영어 책을 읽다가 '왜 한국인이 영어책을 읽느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고, 한국말이 서툴다고 토론에서 따돌림을 받기도 했다며 차별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주민 참정권을 제한하고, 사업장 선택과 이동의 자유를 막는 정책을 펴고,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굳어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는 인종차별이 구조적, 체계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노르웨이 테러 사건에 대해 "일부에서 '그것 봐라 이민을 허용하니 그렇게 됐다'고 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며 "이번 사건은 피해 당사자인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차별 철폐 운동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은 우리 모두 다 같이 바꾸는 것이나 억압받는 당사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면서 "차별 철폐 운동가들이 대개 이민 2세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도 곧 이민 2세 활동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씨는 "한국의 진보 진영은 이주노동자를 남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자본주의에 편입된 같은 노동자라고 보고 해법을 찾고 있다"며 "이주 노동은 국경을 넘는 분야인 점에서 국제 연대를 놓고 해법을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사회에서 너무 급진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하자 그는 "상해 임시정부에 관여하며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진보 성향의 할아버지(임창영씨)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대자본이 중소자본을, 중소 자본은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하청 구조'를 개혁하는 게 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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