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우 신임 통일연구원장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통일정책, 남북협력, 북한, 북한인권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권의 변화에 따라 이념적 흔들림이 심했고, 원장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신임 원장으로 선임된 김태우(61) 전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역시 지난 7월 진행된 공모 과정에서 적잖은 자격·성향 논란에 시달렸다.

진보진영에서는 국방전문가가 과연 통일연구원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대북 강경 인사가 통일연구원장을 맡아도 되는지 우려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은 사전내정설에까지 시달려야만 했다.

연합뉴스는 짧은 기간에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김 원장을 30일 만나 현 남북관계에 대한 진단과 함께 통일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국제평화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국방정책연구실 국방정책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 등을 거쳤다.

다음은 김 원장과 일문일답.

--통일연구원장 지원 동기는.

▲안보·국방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안보·국방은 북한의 두 얼굴 중 하나다. 즉 북한은 동족인 동시에 안보위협 대상이다. 대북정책은 두 가지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라고 봤다.

또 (국책연구원은) 통일의 비전과 가치에 대한 연구를 확산시켜야 하는데 그동안 연구원도, 다른 부처도 연구는 굉장히 많이 했지만 미흡했다.

--공모과정에서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국방·안보 연구대상은 북한이다. 전문성 시비는 적절치 않다. 일부는 핵주권론자라는 말을 하고 심지어 핵무장론자로 왜곡하기도 했다. 그러나 20여 년 전 제가 주장한 것은 평화적 핵주권론이었다. 일본처럼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자는 것으로 지금은 대다수 과학자가 필요성을 인정한다. (사전내정설은) 공모과정에서 경합관계에 있다 보니 모함성 이야기도 있었다. 사소한 일로 본다.

난 스스로 `균형감을 가진 우파'라고 생각한다. 대북정책에서도 이념적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풀려면.

▲정부가 원칙을 허물지 않으면서 좀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관련해서는 정부 대 정부 차원의 사과만 요구하기보다는 1.5트랙(반민반관), 즉 정부는 아니지만 완전한 민간도 아닌 차원에서의 사과를 요구해도 괜찮다고 본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그를 통해 본격적인 대화가 복원될 수 있다.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비밀접촉이 그런 의미를 갖고 있었는데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개해버린 것은 안타깝다.

북핵 6자회담 재개문제도 전제조건을 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제를 보류하고 만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6자 회담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6자 회담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나름 견제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통일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나.

▲1990년대 북한을 고장난 비행기로 비유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에도 잘 유지됐다. 언제 무너진다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본다.

북한의 급변이란 (우리 입장에선) 대비하는 것일 뿐 어떤 정부도 이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동시에 급변사태에는 수십수백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으므로 급변사태 발생이 곧 통일이라는 식의 `김칫국부터 마시기'를 해서는 안된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는데.

▲목적은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은 내년에 큰 정치행사가 많다. 강성대국 원년 아닌가. 또 김일성 탄생 100주년, 김정일 탄생 70주년, 인민군 창설 80주년 등 큰 행사를 많이 해야 한다. 중국하고 경제협력하고, 미국하고 대화하고 하는 것이 내년도 정치행사를 위해 지원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문을 두드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분석과 관련) 그건 수십년간 있어온 일이다. 예를 들어 나진항 개발할 때도 러시아에 먼저 개방하고 중국에 대한 개방은 일부 근년에 들어서 했다. 중국하고 거래를 많이 하지만 (견제는) 늘 있어왔다.

--통일부와 통일연구원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데.

▲연구원이 통일부, 국정원, 외교통상부 등 유관부처와 너무 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국가정책에 더욱 기여해야 한다. 정책의 독립성, 연구원 직위문제 등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통합하는 데 동의한다.

--연구원 운영 구상을 듣고싶다.

▲(정책연구는) 국가에 대한 기여가 필요하다. 통일에 대한 연구가 중복적으로 이뤄져 왔는데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연구원들의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도 포용할 수 있도록 연구과제를 발굴하겠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