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로 대한민국은 ´분노의 도가니´

10여년 전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있었던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 사이에서 사건에 대한 재조사 청원운동이 이어지면서 ‘진실의 힘’이 발휘되고 있는 것.

당시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더불어 사건의 배경이 됐던 광주 인화학교가 여전히 존재하는 사실이 사람들의 분노를 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에는 “크게 맘먹고 도가니를 보러갔다” “객석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앞자리 어느 여성의 흐느낌이 전달돼 왔다”는 등 영화 관람 중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내용부터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라는 한탄이나 “우리가 외면했던 장애인들에게 한없는 미안함을 느낀다”라는 반성의 목소리까지 이어지면서 영화의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한 '도가니'는 흥행 1위를 차지하며 25일까지 누적관객 92만 350명을 기록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를 보던중 흥분한 관객이 '저 나쁜 놈들'이라고 고함을 질렀다'거나 "여성관객들이 소리죽여 우는 게 아니라 아예 통곡을 했다"는 등 객석에서의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쏟아내며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부터 5년간 이 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을 극화했다. 소설이 발간된 이후 성폭력대책위가 꾸려지고 MBC PD수첩에 사건이 보도되면서 해당 교직원이 구속되거나 인권위의 권고와 관련자의 추가 고발이 취해졌다.

하지만 이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교직원은 복직되고, 성폭력을 가했던 전임 교장 역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영화 ‘도가니’의 힘은 네티즌들의 성폭력 사건 재조사 청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성폭력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이슈 청원에는 26일 오후 5시30분 현재 1만5545명이 서명했다. 네이버의 영화 도가니 공식카페에도 철저한 진상조사 요구 및 사건의 장애인학교 폐지청원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서명을 하는 네티즌들도 다양한 의견들로 힘을 보태고 있다. 네티즌 정원tjn***은 “무슨 일이 계기가 되어야 이 나라에서 성범죄가 처벌답게 처벌받을까요”라며 울분을 토했으며, EJ못난이wiri1001****는 “책 보면서 너무 화가 났었는데 영화까지는 다시 볼 용기가 안 나요. 마음 아파서...”라는 심정을 전했다.

또 입사Jper****는 “이슈가 된 인화학교뿐 아니라 다른 시설들 모두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의junge****는 “관련자들 모두 신상공개하자구요”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한편, 이 영화에 대한 반향에는 사람을 자극해 지나친 분노만을 창조해냈다는 혹평과 지금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할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자조도 뒤섞였다.

네이버에 네티즌 리뷰를 올린 nonri_m*****는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자면 어느 한 지역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고일 뿐이다. 그럼에도 필요 이상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과 비난만 팽배하게 만들었다”며 “한국이란 나라와 사회가 거지 같다! 기독교 꺼져라! 식의 반사회주의 경향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네티즌은 “아무리 실화 영화라 해도 영화일 뿐이라고 느끼며 총총히 사라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이런 말 던지고 싶었다. 지금 당신이 흘린 그 눈물... 냄비가 아니기를..”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와 함께 영화에 출연한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아역배우에 대한 후유증을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벌거벗기고 더듬는 ‘도가니’의 선정적 장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세밀한 묘사 연기에 정신적 상처가 우려된다” “아역배우들은 촬영 뒤 어떤 정신적 변화를 겪고 있는지 반드시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가 제안한 이슈 청원은 ‘시민들은 2005년과 2010년에 벌어진 성폭력사건에 대한 재조사 등을 요구한다’로 시작돼 ‘1년 전 인화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약속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관리감독기관의 무책임함을 꾸짖고자 한다’라고 끝맺고 있다.

이들은 현재 △사회복지법인 우석학교에 시설명칭 변경과 성폭력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광주광역시에 장애인 인권 향상 △광주광역시 교육청에 2010년에 재발한 성폭력 사건 및 인화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