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잘하지만 언어 소통이 안 돼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후배들을 자주 봤어요. 성악가는 영어와 독어, 이탈리어 중 하나는 반드시 할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어요."
지난 2월 독일 함부르크국립극장으로부터 '궁정가수' 작위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독일에서는 13번째로 받은 소프라노 헬렌 권(50·권해선)씨는 6일 인터뷰에서 "유럽 무대에서는 노래에 관한 한 동양인, 이방인의 구분이 없고, 성악가는 노래로 평가를 받는다"며 국제 무대에서 언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국립극장의 단원으로, 28년째 무대에 오르는 그는 5일 서울 KBS홀에서 열린 재외동포재단 주최 코리안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느 개인날'과 오페레타 '박쥐' 중 '내 고향의 노래를'을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1979년 이화여고 졸업 후 독일 유학을 떠난 그는 쾰른 음악대학을 졸업했으며, 비스바덴 시립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역으로 데뷔했다. 엄청난 고음과 기교를 요구해 대부분 소프라노들이 어려워하는 '밤의 여왕' 아리아를 400회 넘게 불렀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시작해 지금은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활동 중인 권씨는 오페라 무대에만 1천200회 출연했다.

권씨는 "독일은 약 50개의 오페라단이 있는데, 어떤 오페라단은 한국인 단원이 15명이나 있다"며 "점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더는 한국인을 안 받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1980년대는 미국인, 1990년대는 아시아인, 2000년대는 동부 유럽과 러시아권 음악인들이 인기를 누려왔기에 한국인이 지금 성악을 공부한다면 이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의사가 되려고 했다가 바리톤 윤치호씨의 권유로 성악가가 됐다는 그는 "자녀에게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사주며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면서 정작 부모들은 클래식을 멀리하고 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이냐"고 꼬집으면서 "한국도 오페라가 좀 더 대중화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클래식의 본고장이라는 독일은 최근 중고교 교과과정에서 음악 수업을 1시간으로 줄여 젊은층 클래식 애호가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학교 수업에 음악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클래식을 대중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함부르크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살로메'에서 주인공을 맡아 무대에 서는 권씨는 70세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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