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동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사건 당사자인 김 아무개 씨는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현재 서울 S 대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사건은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세태와 트렌드가 돌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곱씹어볼 의미가 있다. 주목할 부분은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한 여성을 본 김 씨가 그 여성이 마음에 들어 ‘즉흥적으로’ 뒤를 따라가면서 몰카를 찍었다는 점이다.

이는 많은 남성들이 몰카가 불법이라는 점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찍고 있으며 여기에 별 죄의식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것은 몰카를 찍는 남성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몰카를 둘러싼 풍속도를 집중 취재했다.

사실 몰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고, 이를 통해서 많은 이들이 검거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몰카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몰카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마력’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많은 남성들은 이러한 몰카가 주는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몰카는 현재 다양한 ‘장르(?)’를 구성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선 여성 화장실을 표적으로 하는 ‘화장실 몰카’다. 대부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하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고 얼마 후 수거해 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다.

여자 화장실 몰카는 공범 중에 여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무리 인적이 없는 새벽 시간을 노려서 몰래 화장실에 들어가 설치를 한다고 해도 남성의 경우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장실 몰카에는 어떤 식으로든 여성들의 조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번째는 바로 ‘치맛속 몰카’다. 이 몰카는 대개 사람들이 많은 곳 중에서도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지하철, 백화점 등에서 찍혀진다. 경사가 있어야만 여성의 치맛 속을 촬영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몰카의 경우 카메라 자체가 가방이나 쇼핑백 속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에서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는 자신의 성관계 장면을 여성 모르게 촬영하는 몰카가 있다. 성관계 자체는 합의한 것이지만 촬영은 몰래 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적지 않다. 특히 이 몰카는 여성의 얼굴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남성은 편집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장면은 삭제하거나 혹은 모자이크를 입히기 때문에 여성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당이 검거된 ‘일본 원정녀 동영상’ 사건 역시 이러한 수법에 의해서 촬영된 것이다. 현재 여기에 등장한 여성들은 모두 정신적인 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몰카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음에 대한 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몰카를 평소에도 즐겨본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한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영원한 화두가 아닌가. 그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 은밀한 행동들을 훔쳐봄으로써 본능적인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 아마도 이런 점에서 몰카의 수요 역시 영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디지털 기기가 점점 더 발전할수록 몰카에 대한 유혹을 받는 경우가 더욱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이번 혜화동 몰카 사건에서 검거된 남성 역시 휴대폰으로 몰카를 찍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휴대폰이라는 첨단 기기의 발전은 몰카의 양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의 기능들이 점점 더 첨단화됨에 따라서 고화질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고 이는 몰카에 대한 매력도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휴대폰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몰카에 대한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직장인 백 아무개 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길거리를 지나가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에 꼭 맞는 여성을 만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럴 경우 그 여성을 휴대폰으로 찍어 가끔씩 보고 싶은 욕구가 들 때도 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라 다시 만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소유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그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자신에 대한 자랑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이런 행위에 중독이 되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몰카를 봐왔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 몰카를 가끔씩 봤고 얼마 후엔 퇴근하면 잠이 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몰카를 찾아보는 경향이 생겼다. 며칠 정도 하다 보면 지겨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은 아예 습관처럼 돼버려서 이제 더 이상 몰카를 안 보려고 해도 안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포르노와 몰카는 실제로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서 심할 경우 중독증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몰카를 촬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것을 직업으로 삼는 전문적인 ‘몰카꾼’도 있지만 대개는 평범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다. 취재진은 평범한 직장인이면서도 주말이 되면 ‘몰카’ 촬영을 위해 전국의 관광지를 돌아다닌다는 한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몰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터넷의 몰카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처음 그런 사진들을 접한 그는 사뭇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여자들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한 사진들이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잡아당길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 후로 그는 어떻게 하면 몰카를 잘 찍을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전국을 유람하면서 몰카를 찍기 시작했다. 잘 찍힌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고 회원들이 보내는 성원에 힘입어 더욱 더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사실 몰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특히 내가 신경을 쓰는 것은 화질이라고 할 수 있다. 화질 좋은 몰카는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드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처럼 소장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이것을 함께 본 네티즌들이 호응을 해줄 때마다 더욱 더 힘이 나서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말처럼 네티즌들의 호응(?)은 이런 사진을 찍는 남성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몰카 자체로 돈을 벌 수는 없기 때문에 자부심을 높여주는 다른 사람들의 호응이이야말로 유일한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이야 재미와 흥미로 몰카를 찍는다지만 정작 몰카에 찍힌 여성들은 불쾌하지 않을 수 없으며 때에 따라서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경우도 있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번은 친구가 전화로 ‘네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급하게 찾아봤더니 정말로 내 사진이 있었다. 더욱 더 놀랐던 것은 그 밑에 있는 댓글들이었다.

내 몸매를 평가하고 자기네들끼리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마치 성추행이라도 당한 듯한 수치심을 느꼈다. 그 이후로는 가끔씩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나 놀이공원 같은 곳에 가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도 많다. 정말로 그런 변태 같은 사진을 찍는 남성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몰카를 전문적으로 돈을 받고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프로의 정신으로 치밀하게 몰카 동영상을 촬영해 해외에 있는 포르노 사이트에 판매하거나 혹은 돈과 거의 유사한 포인트를 받고 국내 사이트에 올린다. 여성의 얼굴을 완전히 공개해버리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몰카 없는 세상’을 꿈꿀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고개를 가로젓는 경우가 많다. 지금처럼 몰카를 쉽게 찍을 수 있는 환경에서 남성들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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