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몰래 카메라(몰카)’가 극성을 부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몰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여성이 워낙 많아 수사당국에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몰카범들은 끊임없이 ‘도둑 촬영(도촬)’을 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들의 성과물을 게재하고 있다.

일본 몰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성과물로 인정받는 것은 단연 치마 속 팬티를 촬영한 사진이다.

어찌 보면 몰카라면 갖춰야 할 당연한 조건이 팬티와 같은 속옷을 몰래 촬영하는 것이지만 이런 월척은 흔치가 않다.

‘콩밥’ 먹을 각오를 하고 야심차게 찍은 몰카인데 결국 카메라에 담긴 것은 팬티가 아닌 속바지나 체육복인 경우가 많은 것. 특히 여고생들의 짧은 교복치마 안에는 ‘부르마’라고 불리는 학교 체육복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여자 중고생들 사이에선 부르마가 폭발적인 인기다. 애초에는 짧은 교복치마가 일상생활에서 다소 불편해 치마 안에 부르마를 입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몰카 도촬이 워낙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면서 도촬 예방 차원에서 부르마를 입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몰카범들이 촬영하는 사진 역시 대부분이 ‘실패작’으로 분류되는 치마 속 부르마 사진들이다. 한 일본 사이트에선 이런 실패작들, 다시 말해 부르마 사진들만을 모아 게재해 놓기도 했다.

아예 부르마 사진을 몰카의 한 영역으로 구분해 실패작을 또 다른 작품(?)으로 변모시킨 것. 그렇지만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다. 부르마 사진은 결코 몰카 사진이 될 수 없다는 것.

이렇게 부르마가 일본 몰카족에겐 ‘눈엣가시’처럼 얄미운 존재가 됐지만 여학생들에겐 몰카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방패가 됐다.

/ 이명구 디스패치뉴스 기자

에버뉴스  webmaster1@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