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버스를 대절해 행해졌던 묻지마 관광이 이제는 열차로 확대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버스에서 열차로 공간만 바뀌었을 뿐 그 양태는 예전과 거의 흡사하다.

술을 마시고 남녀가 짝짓기를 하는 것은 물론, 은밀한 데이트를 통해 별도의 만남을 기약하는 것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또다시 부활하는 묻지마 관광, 그 실태를 자세히 취재했다.

이번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많은 승객들이 열차 안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은 ‘단풍관광’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열차 안에서 술을 마시는 데 더 열중한다.

정작 목적지에 가서는 산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각자가 싸온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광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낯선 남녀가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즐기는 것에 불과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묻지마 관광열차’ 사건은 사실 코레일 측에서 만들어낸 관광 상품의 하나였다.

의도된 것이 아니었고 나이든 승객들이 워낙 강하게 요구해 거절을 하지 못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딱히 그것 자체로는 불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코레일 측에서는 향후 이 부분에 대해서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을 함에 따라 불건전한 기차여행문화는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묻지마 관광이 열차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과거 한창 유행하던 시기보다는 그 열기가 식은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묻지마 관광버스’가 횡행하고 있다.

특히 이런 버스의 경우에는 열차에서보다 더욱 과도한 스킨십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예 노골적으로 ‘연애’를 염두에 두고 버스에 몸을 싣는 사람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일부 유흥가 여성들은 남성 인맥을 확대하기 위해, 심할 경우에는 장기적인 성매매 스폰서를 잡기 위해 관광버스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취재진은 최근 단풍여행을 명분으로 묻지마 관광버스에 올랐던 한 50대 남성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여행 중에 꽤 젊은 30대 후반의 여성을 만났다.

유난히 친근감 있고 술도 잘 마셔서 여행 내내 즐거웠다. 한마디로 둘은 ‘닭살 커플’이었다. 그렇게 해서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후 헤어졌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여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해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신체 접촉을 했고 얼마 안가 결국 잠자리까지 함께 하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50대 남성은 자신들의 만남이 순수한 연애감정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번 잠자리를 한 뒤 그 여성은 ‘용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액수는 많지 않았다.

성매매를 하더라도 그 정도의 돈은 줘야 했고, 게다가 연애감정까지 갖고 있었던지라 그 정도는 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여성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뭐 그녀와의 만남이 아주 나빴던 것은 아니다. 50대의 입장에서 30대 후반 여성과 잠자리를 해봤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영광(?)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용돈을 주기는 했지만, 큰돈이 아니었기에 별로 아까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 안가 그녀와의 만남이 순수한 연애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생긴 것이다.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즐겼으니 억울하지는 않다. 묻지마 관광버스엔 그런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을 일상적으로 하면서 인생도 즐기고 남자고 만나고 용돈도 받는 그런 여성들이 분명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50대의 경우에는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났지만 때로는 본격적인 불륜의 관계로 들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여행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유부남, 유부녀이거나 혹은 돌싱이다. 나이도 대부분 40대 이상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춤을 추고 스킨십을 하다 보면 신체접촉이 과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작 여행지에 가서는 둘이 어디론가 사라져 한참 뒤에 나타나기도 한다. 관광지에서 두 명의 남녀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애초에 버스 안에 있었을 때부터 무지하게 친해보였다. 둘 다 술도 잘 마시고 서슴없이 손도 잡고 껴안은 걸로 봐서 커플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다 다를까. 여행지에 도착한 후 자유시간이 되자 그 둘만이 사라진 것이다. 보통 그 시간은 알아서 관광을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은 함께 갔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동한다. 어차피 술 취한 상태에서 높은 산을 오를 수도 없고 멀리까지 관광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커플은 단둘이 사라졌다가 버스 출발시간이 되자 나타났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충은 짐작이 갔다.”

이렇게 여행지에서만 생긴 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심지어는 본격적인 불륜관계로 발전돼 가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친구가 묻지마 관광에서 만난 여성과 바람이 나서 가정에 소홀해지고 심지어 이혼의 위기에까지 갔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평소에 여성들에게는 크게 인기를 못 끌었고, 젊은 시절에도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지 못한 친구다. 외모도 좀 그렇고 키도 크지 않은 탓도 있다.

젊은 시절의 아쉬움이 크다 보니 묻지마 관광에서 만난 여성에게 홀딱 빠진 모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더니 결국에는 들통이 나고 말았다.

상황이 그렇게 됐음에도 그 친구는 상대 여성을 정리하지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계속 만났다. 이게 더 화를 불러일으켜 결국에는 부부간에 심각한 다툼으로 이어졌고 부인으로부터 이혼요구까지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다고는 하는데 아직도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그 일이 불씨가 돼 갈등이 커지곤 한다고 한다. 꼭 묻지마 관광이 불륜의 원인이라고는 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또 다른 일부 묻지마 관광의 경우에는 여행비용을 매우 저렴하게 받는 대신, 각종 물품 구매를 위한 관광지의 업소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물건을 사고 안사고는 본인의 마음이지만 가이드의 은근한 압박과 흥겨운 분위기를 망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가 맞물리면서 강매 아닌 강매가 이뤄진다. 한 여성은 이러한 여행사의 행태에 불만을 드러냈다. 최 아무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여행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물건을 사라는 가이드들의 압박이 여간 아니었다. 게다가 다들 물건을 주섬주섬 사곤 하는데, 나만 사지 않는 것도 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게 됐다.

이런 것이 있으면 미리 알려주기나 하지,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다가 느닷없이 물건을 구입하라니 좀 황당했다. 괜히 사람들 흥을 돋워 놓고 은근슬쩍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고,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이러한 묻지마 관광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중년 이상의 남녀에게 잘못된 문화를 심어주는 왜곡된 불륜 여행이라는 시각과, 또 하나는 ‘그나마 놀 수 있는 문화가 없는 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문화’라는 것이다. 먼저 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로 이름도, 나이도, 배경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 무조건 술마시고 춤추고 스킨십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당히 퇴폐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한단 말인가.

이는 유흥을 즐겨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서로가 익명성 속에서 은밀한 쾌락을 즐기려는 ‘흑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러한 문화를 조장하는 여행사 측이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직장인 김 아무개 씨(47)의 말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일종의 ‘성매매’ 가능성이다. 일단 서로의 신분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를 알 수가 없고 심지어는 ‘꽃뱀’인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 없다는 것. 겉으로는 잘 지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것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묻지마 관광의 긍정적인 측면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놀이문화가 없는 중년층에게서 그나마 이러한 문화가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퇴폐적인 문화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건 4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20대나 30대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그것은 각자가 자신을 어느 정도 컨트롤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일부 부정적인 요소만으로 전체를 싸잡아 나쁘게 볼 수는 없다.

물론 불순한 의도로 버스에 오르는 사람도 일부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여행과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즐기는 이들이다. 모두가 즐거우면 되는 것 아닌가.”

또 다시 고개를 드는 묻지마 관광. 점점 더 외로워하는 우리 사회의 중장년층에게 활력소가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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