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장은 국회에 나와 “김정일 사망 소식을 북한의 TV방송을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무능한 국정원이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장이“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시점에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평양 용성역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열차 내에서 과로로 사망했다“는 북한의 공식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원 원장의 주장대로라면 북한당국이 많은 부분을 은폐하거나 조작한 것이 된다.
‘김정일 사후’와 관련해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만들 수 있는 발언이다.
‘돌출발언’을 하게 된 속내가 뭘까. 먼저 대북정보 무능을 질타하는 정치권과 여론에 맞서 ‘국정원도 뭔가 아는 게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는‘면피용 발언’으로 보인다.
또 하나 노림수가 있다면 이번사태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려는 ‘꼼수’다. 천안함 사건당시 북한소행의 진위를 놓고 이념적 갈등이 일어났던 것처럼 북한의 공식발표에 대한 신뢰논란을 통해 남남 갈등을 재연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일 전용열차가 어디에 서 있었든 분명한 사실은 국정원이 급서에 관련해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정원의 대북정보력이 ‘블랫아웃’ 수준이었다는 게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8월 연평포격 사건직전 감청으로 북한의 공격을 통보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
‘북한의 상투적인 행동으로 인식했으며 민간인포격 같은 상황은 염 두해 두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북정보망이 거의 불통인 상태다. 천안함 사건이후 북한과의 접촉이 차단돼 ‘인적정보망(Humint)’도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심지어는 국정원이 대북지원 단체나 기업에 의존해 북한정보를 입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서거소식을 MB정부보다 삼성이 먼저 알았다는 입소문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국정원수뇌부의 비전문성’이문제다. 국정원의 핵심 포스트에는 비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김성호 전 원장은 검사출신으로 노무현 정권 때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눈엣가시’같은 노 정권 출신을 발탁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 전 원장은 법무부장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공무원 선거중립헌법소원에 대해 합헌발언을 하는 등 노 전 대통령과 충돌이 많았다.
2007년 대선정국이 전개되자 노골적으로 ‘친 이명박’ 행보를 보여 장관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그의 ‘반 노무현’ 행보가 MB의 눈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김성호 전 원장 보다 원세훈 현 원장의 ‘비전문성’은 더 심각하다. MB의 측근 배려정신이 나은 산물이다.
김성호 전 원장은 ‘반 노무현 행보’에 대한 배려로 원세훈 현 원장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골수측근’이라는 이유로 대북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이 됐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장과 함께 국정원 살림을 꾸려가는 ‘쌍두마차’나 다름없다.
김주성 전 기조실장은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하다가 코오롱 출신인 MB의 형 이상득 의원과의 인연으로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거쳐 국정원 기조실장이 됐다.
현 목영만 기조실장 역시 마찬가지. 행시 출신으로 서울시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MB정권이 출범하자 원 원장과 함께 행 안부로 옮겨 차관보까지 지냈다. MB정권은 역량과 자질보다는 최고 권력자와의 ‘역학관계’가 우선이다. 인사파행이 가장 심각한 MB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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