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사흘째..의료진용 백신 부족 여전

(대전.춘천.마산=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신종플루 예방백신 접종 사흘째인 29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의료진들이 주사를 맞고는 있지만 백신 부족 현상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30일부터 일반 동네 약국에서도 처방전을 제시하고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살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를 문의하는 환자들로 동네 약국이 몸살을 앓았다.

◇의료진 백신 접종 사흘째..백신 부족 호소 = 대전은 9개 거점 병원 가운데 충남대병원에 백신 1천50개가 전달된 것을 비롯해 병원 4곳에 백신 2천500여개가 공급됐다. 29일 오후 3시 현재 2천500여개중 60%가량이 사용됐고, 나머지 백신도 이날중으로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진 중 접종 희망자가 29일까지 신청을 하는 만큼 백신 부족 현상을 해소하려면 추가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대전 보건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인천은 12개 거점병원 가운데 11곳에 백신 전달이 끝났고,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은 50% 정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는 한림대 춘천성심병원과 원주기독병원 등 거점병원에 1차로 백신 1천140개가 배정돼 의료진의 50%가 접종을 마쳤으며, 경남 김해와 충북 지역 등 전국 대부분 거점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가운데 50%가 넘는 인원이 신종플루 백신접종을 마쳤다.

나머지 50%에 이르는 의료진에 대한 접종은 내달초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28일까지 신청자 숫자를 근거로 한 것일 뿐 29일까지 접종 신청을 받는 만큼 추가로 필요한 백신의 양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백신이 부족하다 보니 희망자와 주민번호까지 다 조사해서 수요를 파악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거점병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접종은 26일부터 시작해 28일 오전으로 1차 완료했다. 애초 확보한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의료진이 전체의 50%였는데 확보한 분량은 다 썼다"며 "접종 희망자의 주민번호까지 다 조사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백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데 실무자로서는 죽을 맛이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행히 신종플루 백신을 맞은 의료진 가운데 이상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백신은 의약품 안전성 검사를 모두 거쳤기 때문에 괜찮지 않겠느냐"며 "백신 이상반응은 접종 직후 나타난다는 점에서 아직 부작용은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약국에 타미플루 속속 도착..30일부터 판매 = 30일부터 일반 동네 약국에서도 의사 처방전을 받아온 환자들에게 타미플루를 팔 수 있게 됨에 따라 일선 보건소는 29일 오전부터 타미플루를 약국에 공급하고 있다. 약국 한곳당 하루에 50명분의 타미플루를 팔 계획이지만, 모자라면 다른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받아와서 팔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확진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타미플루를 사려면 3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했지만, 30일부터는 확진 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의사 처방전만 들고 가면 보험이 적용돼 조제료 1천200원만 내면 된다.
경남은 29일 오후 약사회와 일선 시.군 보건소를 통해 거점약국 94곳을 제외한 1천10개의 약국에 각 50명분씩 모두 5만500명분의 타미플루를 나눠줬다.

모두 8만6천150명분의 타미플루를 보유중인 부산시도 16개 구.군 보건소를 통해 시내 1천500여개 약국에 타미플루를 긴급 공수했으며, 울산도 이날 1만5천명분의 타미플루를 일선 약국에 공급하고 있다.

동네 약국에는 "타미플루를 언제부터 살 수 있느냐"라는 문의가 29일 하루종일 이어졌다.
수원의 한 약국의 약사는 "'매일 타미플루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고 있다"며 "타미플루가 얼마나 나갈지 내일부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거점병원에는 신종플루에 걸렸는지를 진단받으려는 인파가 계속해서 몰렸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신종플루 의심환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기 때문에 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하지만 며칠 사이 수요가 크게 늘어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며 "밀려드는 검사 수요를 충족시키려 장비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 꼬리에 꼬리 무는 괴소문 =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신종플루와 관련한 괴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졌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열이 나는 학생이 다른 학생을 일부러 껴안거나 상대방과 가까운 거리에서 재채기하는 등의 행태도 목격됐다.

마산에 사는 김모(42)씨는 "중학생인 아들이 '최근 학교에서 열이 나는 등의 신종플루 유사증세를 보이는 학생들끼리 고의로 감염시키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전파시키는 사례가 많다'고 말하더라"며 걱정했다. 김씨는 "학업 의욕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물귀신 공동 휴교'를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더라"며 "이것도 학생들 사이에서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김현숙(45.여.전주시 평화동)씨는 "백신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학부모 사이에 돌고 있다"며 "신종플루에 걸려도 타미플루를 먹으면 되는 만큼 아예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kjunh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