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버뉴스) 최완수 기자 = 박희태(74) 국회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현직 국회의장이 사법처리된 건 사상 처음이다.

한나라(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21일 돈 봉투 사건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검찰의 돈 봉투 수사 착수 46일 만이다.

검찰은 박 국회의장,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과 김 전 정무수석, 조 수석비서관은 2008년 7월1일~2일 고승덕 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조사에서 고 의원에게 전달한 300만원의 출처가 박 의장의 돈인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박 의장이 선거캠프에서 돈 봉투 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충분하고 돈 봉투 살포를 주도한 측근들을 이끌어 온 만큼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해 불구속 기소와 사전 구속영장 청구 등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지만 결국 불구속 기소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이 고 의원실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은 뒤 고 전 비서를 질책했다는 진술과 고 의원실에 직접 전화를 걸고 이유를 따진 사실, 안 위원장이 2천만원이 든 돈 봉투를 김 전 수석의 책상에서 들고 나왔다는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수석을 사법처리했다.

다만 김 전 수석이 돈 봉투 전달 지시 등을 일관되게 부인함에 따라 증거 불충분에 따른 불구속 기소에 좀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조 수석비서관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도 확정했다.

전대 당시 선거캠프에서 재정·조직을 총괄한 조 수석비서관은 박 의장과 김 전 정무수석의 지휘 하에 돈 봉투 전달 지시에 개입한 정황이 상당부분 확인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반면 이봉건(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과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1)씨, 선거캠프 회계담당자인 함모(38) 여비서에 대해선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이들이 전대 당시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될 만한 정황은 충분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고, 돈 봉투 전달·지시를 부인하거나 자금을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불기소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고 전 비서관은 기존 진술을 뒤엎고 수사에 협조적으로 나오면서 검찰이 사법처리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건 수사는 60여년 간의 정당 정치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돈 봉투 제공 행위를 처벌해 금품수수 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단순 전달자 등 실무자 위주로 처벌되던 종전의 수사 한계를 넘어 당선자·총괄책임자 등 금품제공을 주도한 핵심적인 인물들을 기소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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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수 기자  honamilbo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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