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관심은 김정은 체제의 생존문제에 집중됐지만 김정은 체제는 초반 3개월 동안 순항하면서 체제 불안정에 대한 우려보다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김정은이 순조롭게 체제를 승계 받고 지배층에서 눈에 띄는 동요가 없다고 이를 김정은 체제 조기 안정화 증거로 보는 것은 상당한 허구성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정일 전문가’로 알려진 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계간 <시대정신> 2012년 봄호(통권 54호)에 ‘김정은 체제 조기 안정론은 허구이다’란 논문을 싣고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북한은 붕괴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손 위원은 “단기간에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피동적으로 물려받은 김정은의 권력 쟁취 능력은 그 과정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김정일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며 “김정은은 김정일에 비해 많은 면에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김정은이 스스로 유일 지도체제를 세우기 위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쳐낼 수 밖에 없는데 그 시기가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 위원에 따르면 향후 권력엘리트를 합쳐 대략 200~250명 정도가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고 갈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권력의 핵심은 장성택이며, 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장성택이 조선조 단종과 수양대군의 관계처럼 이미 섭정을 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상징적 존재로서 기능할 뿐 권력 행사는 장성택이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북한 현대사 60여 년이 유일지도체제를 위해 소위 종파들(남로당, 연안파 등)을 제거해온 역사”라며 “김정은이 단기적으로 장성택 등 신뢰하는 측근의 힘을 빌려 북한을 통치할 수 있겠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신에 의한 유일지도체제를 세우려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장성택 등을 쳐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손 위원은 향후 김정은의 선택은 수령-당-대중 수직체계의 균열을 최대한 막으면서 체제 유지를 하는 방안과 개혁개방 시도라는 두 가지 중에 이뤄질 것이지만 결국에는 개혁개방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한 선택을 할 경우에는 △평양주민 배급과 권력엘리트에게 외화벌이 이권 배분 △탈북자 사살 등 공포정치 강화 △핵·미사일 업그레이드 등을 통한 생존전략으로 김정일 시기의 통치 내용과 거의 비슷하며, 각 부분에서 그 수준과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에 대해 현실은 ‘외부정보 지속 유입→시장화 가속→체제 내구력 약화→내부 분열→느린 붕괴→임의의 시기에 체제 전환’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시도할 경우에는 △중국과 경제협력 심화 △국가 주도·시장 메커니즘·기업 위주의 개혁개방 △핵 폐기와 대미관계 개선으로 진행되는 경우일 것이라면서도 결국에는 △개혁개방 로드맵·마스터플랜 부실, 당군 갈등 및 수구·개혁간 갈등→각 공안기관·민간분야 이완→각종 일탈형 사건사고→빠른 붕괴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손 위원은 “북한 내부가 변화한 만큼 김정은 체제는 공안통치 방향으로 더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그러한 과정에서 불가피한 균형이 잡히지 않은 대내외 정책으로 인해 체제 불안정성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북전략은 개입과 확장의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내부의 정보화·시장화를 추동하면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끌어내는 전략이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정신 봄호에는 손 위원의 논문 외에도 올해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변수로 급부상한 2040세대의 정치 인식과 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분석하는 특집 좌담 ‘2040세대 어떻게 볼 것인가’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보수 혐오의 세대동맹(전상진)’, ‘2040세대와 사회경제적 현실(금재호)’, ‘2040세대와 한국 정당정치의 불안정(김욱)’, ‘소셜네트워크(SNS) 정치와 2040세대(윤성이)’ 등 2040세대를 다각도로 분석한 특집 논문도 담았다.
이동후 기자 ceo@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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