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년내 실각하면 장성택이 정권 장악"

(서울=에버뉴스) 이동후 기자 = 북한 김정일 사망 이후 정국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김정은이 3년 이상 권력을 유지할 지는 불투명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 북한 김정은 국방제1위원장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고 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그의 통치력이 아니라 후견세력의 지지에서 나오는 것으로 후견그룹의 계속 지지 여부가 권력유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세종연구소가 주최해 10일 열린 대북정책 심포지엄 ‘최근 북한 정세와 변화 전망 : 고립의 심화인가’에서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김정일의 3년상을 마칠 때까지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는데 성공한다면 장기집권의 가능성도 있으나 후견세력의 돌변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실각할 경우 장성택 중심의 당-군 집단지도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지도부는 이른바 ‘김정일의 10.8 유훈’에 근거한 권력 재편에 따라 김정은을 지지하는 4개의 후견그룹으로 형성돼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절묘한 분권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배경이다.

“특히 지도부에 혈연·학연·직연을 깬 다원주의 현상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엘리트의 구조 변화에 따라 북한의 미래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수령인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통치하는 친정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후견그룹의 지지로 유지되고 있다”며 “만약 김정은이 실각해 장성택이 권력을 이어받을 경우 북한은 장기적으로 권력투쟁에 휘말려 매우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개의 후견그룹 중 제1세력은 고모부와 고모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당 정치국원, 당 행정부장)과 김경희 당비서(당 정치국원, 당부장)다. 제2세력은 군부의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비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국방위원)이 꼽힌다.

제3세력은 체제보위 집행 세력으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이명수 인민보안부장, 조경철 보위사령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다. 제4세력은 원로그룹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기남, 최태복 당비서, 김영춘 후방총국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속한다.

이중 특히 제1세력인 장성택, 김경희와 제2세력인 최룡해, 리영호 등의 흔들림 없는 지지 여부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후견세력의 분권화는 일찍이 북한군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활용됐던 기법이기도 하다. 유 연구위원은 “김정일은 북한군을 분권화시키고 상호감시체제를 강화해 정권의 공고화를 기했다”며 “군이 수령 유일 독재정권의 핵심 보위세력이면서도 정권방어 측면에서 가장 두려운 집단인 것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방위원장(현재 국방위 제1위원장) 겸 최고사령관에게 군권을 집중시켜 놓고 이를 집행하는 기능을 총정치국(당적 지도통제), 총참모부(군령권 집행), 인민무력부(군정권 집행), 후방총국(군수지원), 호위총국(경호업무), 정찰총국(대남공작 담당), 보위사령부(군 사찰), 국가안전보위부(비밀경찰), 인민보안부(경찰) 등으로 분산시켰다. 상호감시체제를 가동함으로써 쿠데타 기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결과 육해공군의 무력을 직접 관장하고 있는 총참모부(리영호)도 핵심부서이지만 후방총국(현철해)의 군수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작전을 할 수가 없다.

유 연구위원은 “실세인 장성택이 직접 직책에 오르지 않고 자신의 심복인 최룡해를 내세운 이유는 정책 실패 시 희생양 처리와 권력투쟁의 대상이 되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분신을 내세워 김정은 권력을 지원하려는 묘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정은 정권의 대남 정책에 변화는 있을까.

유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에서 대남전략을 전담하는 부서장들이 대부분 유임된 것을 지적하며 “결론적으로 북한의 대남전략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위원회의 대남담당 부위원장 대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정찰총국장 대장 김영철, 당 대남사업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김양건, 225국장 강관주가 유임된 이유는 김정일의 방침으로 2009년 초 대남공작부서를 전면 개편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당(조선노동당)에서 수행하던 대남전략권(대남공작 포함)을 군(국방위원회)으로 이관한 것으로 국방위원회 직속으로 ‘정찰총국’을 신설하고 산하에 작전국(구 당작전부), 정찰국(구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해외정보국(구 당35호실)을 배치했다.

이와 함께 당 대외연락부는 225국으로 변경해 대외적으로 내각 소속으로 위장하고, 당 통일전선부는 축소 유지했다.

유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취약한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른바 ‘조선혁명의 전통’ 계승과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김정일의 유훈 관철을 내세워 철저히 김정일 노선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며 “김정은이 혁명전통을 어기고 급속한 개혁 개방을 추구하다가 오히려 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에게 대남적화전략이라는 노선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향후 북한의 대남정책은 김일성-김정일의 대남적화혁명전략 기조를 굳건히 유지하는 쪽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남한에 대해 공세적인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친북정권의 창출을 지원하고, 전쟁공포를 확산하면서 남남갈등을 유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반도에 긴장고조를 조성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을 온건화시키고 국제사회에 강성대국을 과시하려는 행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이 3~5년 이상 권력을 유지하면서 통치기반을 공고히 한다면 그때부터 대남전략 영역에서 자기 의지를 반영해 유연한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북한 김씨집단의 혁명전통과 주체사상, 선군혁명노선을 폐기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고 했다.

유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전략적으로 한국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는 대남적화전략의 기조를 견지하면서, 전술적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를 강도 높게 압박하고 대남적대노선을 구사하는 공세적 대남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새로운 한국정부가 출범하면 일부 유화적 조치를 전개하는 강경-유화배합노선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